테러 화기 구매경위 불분명 ’테러리스트 무기구매 금지’ 촉구
“그 테러범들이 어디서 총을 구했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중요한 질문입니다.(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이 미국 총기규제 논쟁에 다시 불을 댕겼다. 테러를 저지른 차르나예프 형제가 범행에 쓴 총과 화약을 손쉽게 구해 ‘테러리스트가 무기를 살 수 있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보스턴 테러 용의자들에게 전시법을 적용하라고 주장한 반테러 강경파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22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용의자들은 명백히 소규모 전쟁무기 공장(munitions factory)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체첸 이민자 출신인 차르나예프 형제는 당국의 추적을 받다 형 타메를란은 숨지고 동생 조하르는 생포돼 대량살상 및 재산손괴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신봉한 것으로 알려진 차르나예프 형제는 매사추세츠주의 총기 소유 허가도 신청하지 않은 채 반자동 권총을 갖고 있었고 총포상에서 파는 화약으로 테러에 쓴 ‘압력솥 폭탄’을 만들었다. 미처 쓰지 않은 파이프 폭탄 2개와 압력솥 폭탄 2개도 발견됐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무기를 구한 경위를 캐고 있다.
미국 현행법은 면허가 있는 총기 거래상에서만 전과 조회를 의무화해 인터넷과 총기 전시회에서 조회 없이 총을 살 수 있다. 또 화약 구매는 전과 조회 대상도 아니다.
게다가 정부 당국의 테러 감시 리스트에 오른 사람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총을 살 수 있어 ‘테러무기를 확보하는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차르나예프 형제는 범행 당시 테러 감시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011년 미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2004∼2011년 테러 감시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이 신원 조회를 받고 총기를 산 경우는 1천321회에 달했다.
과거 프랭크 로튼버그 상원의원(민주·뉴저지)과 피터 킹 하원의원(공화·뉴욕)은 테러 감시 리스트에 오른 인물에 대해 총기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법제화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로튼버그 의원은 보스턴 테러가 발생하자 지난주 폭탄에 쓰일 화약을 구매할 때 의무적으로 전과 등 신원조회를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로튼버그 의원은 17일 보도자료에서 “미국에서는 이미 신원이 밝혀진 테러리스트조차 가게에 가 별 질문을 받지 않고 폭약을 살 수 있다. 분노할 일이다”고 했다. 킹 의원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9·11사태 이후에도 연방정부가 테러 감시 리스트에 오른 인물의 총기 구매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미 의회는 작년 12월 코네티컷주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지자 총기 구매자의 전과 조회를 예외 없이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17일 상원 부결로 발목이 잡혔다.
미국 시민사회에서는 의회가 이번 사건 이후에도 총기 규제를 강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이 많다. 미국총기협회(NRA) 등 총기 옹호 단체들의 로비가 빗발치는 민감한 사안에 의회가 과감히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경찰관 노동조합 FOP(Fraternal Order of Police)의 짐 파스코 수석국장은 “의회가 차라리 총기 규제보다 압력솥 규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상원 이민법 개정안과 관련해 차르나예프 형제 같은 이민자 출신 테러범을 막기 위해 이민자 신원 조회와 국경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22일 열린 이민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현행 이민법 개정안은 이민자 신원조회 조치가 부족하다. 보스턴 테러 같은 사건이 재발할 위험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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