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5년만에 ITC결정 번복…파장은

오바마, 25년만에 ITC결정 번복…파장은

입력 2013-08-04 00:00
수정 2013-08-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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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특허 남용 차단 의지…정ㆍ재계 압박도 한몫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을 뒤엎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로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ITC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1987년 삼성전자의 컴퓨터 메모리칩 관련 분쟁 이후 무려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자유무역 정책을 주창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업 혁신, 아이디어 창출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 등을 역설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기업간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C넷 등 현지 언론들도 거부권 행사 발표에 대해 “예상치 못한 조치”라면서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날 조치로 오는 5일부터 수입금지 조치가 해제되는 제품이 AT&T 등 미국의 이동통신업체용으로 나온 아이폰4와 3세대(3G)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아이패드2 등 구형 모델들이라는 점에서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에 엄청난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이 직접 특허분쟁에 개입했다는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클 수밖에 없고, 이는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도 당분간 핫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표준특허 남용 금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표준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허 사용자에게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잇단 정ㆍ재계의 로비가 주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민주ㆍ공화 양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은 최근 프로먼 대표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와 관련해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고, 무선통신 사업체인 AT&T는 무역대표부를 상대로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었다.

따라서 이날 거부권 행사로 그동안 자유무역을 역설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보호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애플과 삼성전자는 모두 정치권에 대해 로비를 하고 있다”면서 “물론 애플의 로비가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이른바 ‘특허개미’들의 제소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꼭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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