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 안치 시신 집계 안 돼…정부군, 사망자 축소 시도 정황”
이집트 군경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면서 발생한 최악의 유혈 참사는 지금까지 적어도 6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확실하다.그러나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와, 이번 시위의 중심축인 무슬림형제단이 발표한 사망자 수가 지나치게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집트 보건부는 군경과 시위대의 유혈 충돌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638명이 숨지고 약 4천명이 부상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반면 무슬림형제단은 사망자를 2천600명, 부상자를 1만여명으로 집계했다. 사망자 수만 놓고 보면 정부 집계의 4배에 이른다.
이집트 정부가 앞서 발표한 사상자 규모도 무슬림형제단 측과 지속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영국 BBC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은 이집트 정부가 병원을 통해 접수된 시신만 공식 사망자로 집계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무슬림형제단의 통제 아래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나 학교 등 다른 장소에 임시로 안치된 시신이 많은데, 이를 사망자 통계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망자 유가족과 사인 판별을 맡은 공무원들 사이에 거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주요 임시 안치소로는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알이만 모스크가 거론된다.
라바 광장은 무르시 지지자들의 최대 집결지이자 해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으로, 다수 시신이 알이만 모스크로 옮겨졌다.
BBC 기자와 인권단체 등은 이곳에서만 200구 이상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보건부의 무함마드 파탈라 대변인은 이들 시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발표한 통계에 이들 숫자가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모스크들인 누리 카타브와 무스타파 마흐무드에도 시신이 더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현지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일부 시신은 심한 화상으로 신원 식별이 어려운 탓도 있다.
시위대 측에서는 정부가 사망자 수를 축소하려 일부러 수를 썼다는 정황도 제기하고 있다.
터키 반관영 뉴스통신사인 아나돌루 통신은 정부군이 사망자 수를 은폐할 목적으로 라바 광장에 마련된 야전병원에 불을 질렀다고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병원 코디네이터인 오마르 알파루크는 “군경이 ‘부상자는 나가라’라고 경고하고는 시신이 전부 안에 있는 상태에서 불을 내 병원이 전소됐다”고 이 통신에 주장했다.
현재 부상자 가운데서도 총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 집계 사망자 규모만으로도 이번 유혈 사태는 2011년 1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