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 타결목표로 협상…제도개선·분담금총액 한미 이견
황준국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협상 대사는 26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전작권 재연기 문제를 연계하지는 않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황 대사는 25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미국 측과의 제4차 고위급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내 일각에서 미국이 방위비 분담과 전작권 재연기 협상을 연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데 대해 우리 정부의 협상원칙을 거듭 분명히 정리한 것이다.
협상에 참여한 한 당국자는 “지금까지 4차례 고위급 회의를 거치는 동안 전작권 이야기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게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제도개선 문제를 놓고 이견을 조율했으나 입장차가 여전히 컸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우리 정부는 특히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비 등으로 전용돼온 것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제도적 차원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다른 용처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참여한 정부 당국자는 “주한미군에게 안정적 주둔여건을 제공하면서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공고화하려면 방위비 분담금 운용 제도의 미진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분담금 총액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느냐가 이번 협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지난 2004년 용산기지 이전계획(YP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합의 당시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계획과 관련된 건설 비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양해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우리 정부의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특히 정확한 수요와 용도를 특정하지 않은 채 총액을 정해놓고 재량에 따라 분담금을 사용하는 ‘총액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당국자는 “2000년대 초반미군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방부가 이전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고 양해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는 미국이 부담해야 할 것을 왜 우리 세금으로 부담하느냐는 것”이라며 “앞으로 기지이전은 2016년 완료되는 만큼 우리 쪽의 요구대로 제도개선이 이뤄진다면 미국 측이 전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제도개선에 이어 분담금 총액에 대해서도 기본적 입장을 교환했으나 구체적인 협상은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내년도 분담금 총액으로 올해 수준인 8천695억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한 반면 미국 측은 1조원 이상을 요구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이밖에 주한미군이 쓰지 않고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는 미집행액과 이월액 관리 등 다른 쟁점들을 놓고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금 미집행액은 올 상반기 현재 7천380억원에 달하며 미국 커뮤니티 뱅크에 무이자로 예치돼 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양측은 10월 초 소인수 회의를 거쳐 10월 말을 타결 목표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회 비준동의 절차에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협정이 발효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이 적기에 집행되지 않고 내년 3~4월까지 협상이 지연될 경우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부터 지급이 늦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체결해 왔다. 지난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총 8차례의 협정을 맺어 왔으며 지난 2009년 체결된 8차 협정은 올해 말 끝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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