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타계> 만델라 이후 남아공 어디로 가나

<만델라 타계> 만델라 이후 남아공 어디로 가나

입력 2013-12-06 00:00
수정 2013-12-0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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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평화 공존 깨지나’ 우려빈부격차 등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이 관건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정신적 구심점이었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별세함에 따라 향후 남아공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델라는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흑인과 백인이 서로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를 형성케한 상징적인 존재다.

적어도 만델라가 생존한 상태에서 남아공 국민은 흑인과 백인이 서로 갈등을 지양하고 조화를 이뤄 살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굳건히 유지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만델라처럼 남아공의 온 국민이 존경하는 정신적 지주가 사라지면서 과연 남아공의 흑인과 백인이 앞으로도 평화 공존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제기되는 것.

◇ ‘평화공존 깨지나’ 우려 vs ‘터무니없다’ = 남아공에서는 과거 만델라가 병원에 입원할 경우 종종 그같은 우려가 부상하곤 했다.

더욱이 남아공 전체 국민의 8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는 흑인들이 부유한데다 여전히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백인과의 공존 관계를 허물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없지 않았다.

남아공 토착 백인인 아프리카너의 시민단체인 ‘아프리포럼’의 언스트 루츠 부위원장은 “만델라가 사망할 경우 두렵다는 전화를 (동료 백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받았다”며 일부 백인들의 우려를 지난 3월 영국 신문 가디언에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인 네이선 제펜은 그런 우려를 얼토당토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2012년 12월 일간지 프리토리아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만델라는 이미 오래전에 공적인 생활에서 은퇴해 남아공 국민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만델라가 생전에 노력했던 것은 남아공 국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남아공의 민주주의와 평화 공존은 지속될 것이라는 취지로 기술했다.

다만 앞으로 남아공이 흔들릴 수도 있고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지만, 이는 단지 만델라라는 개인이 죽는다고 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남아공 주재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만난 백인 관리는 마디바(만델라 존칭)의 죽음으로 흑인들의 불만이 좀 더 자주 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염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흑인 고위 공직자는 그런 우려가 백인 또는 서구사회의 흑인 또는 남아공 흑인 정부에 대한 편견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남아공이 지난 2010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을 거론한 뒤 남아공이 월드컵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것인지 당시 우려를 표명한 서구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도 그런 편견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 사회 경제적 과제 해소가 관건 = 이와 관련, 남아공의 저명한 연구소인 국제관계연구소(SAIIA)의 엘리자베스 시디로풀러스(여) 소장은 만델라 사망은 오히려 단기적으로 국민을 단결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녀는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마디바가 비록 공적인 생활에서 은퇴했지만, 남아공의 상징으로서 자리해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녀는 그러나 “남아공은 복잡하고 역동적인 사회”라면서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직면한 사회-경제적 과제들을 극복하는 것은 여러 요인과 사람들의 상호 역할에 달려있다”고 했다.

그녀는 “마디바의 유산이 이어지려면 우리의 헌정 질서를 강화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성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남아공은 사실 만델라 서거와는 상관없이 이미 여러 사회경제적 위기 현상에 직면해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실업률로 인한 청년 실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흑인 서민의 불만이 북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시민봉기처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일부에서는 경고해왔다.

지난 2012년 8월 러스틴버그 광산지대에서 발생한 마리카나 참사는 그런 불만이 분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마리카나 참사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광산 근로자들의 불법 집회를 경찰이 강제해산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해 집회 참가자 3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현지 일간 소웨탄은 ‘싸구려 아프리카 인생’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마리카나 사태는 남아공 사회의 시한폭탄이 터진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악화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프리카(흑)인들이 존엄하게 살 가치가 있다고 누차 강조돼왔지만 아프리카인의 삶은 여전히 보잘것없는 상황이라고 기술했다.

이에 따라 남아공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1천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6%로 끌어내린다는 장기발전계획(NDP)을 세워 인프라 확충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매년 고도 경제성장이 필요하나 유럽 경제 위기 등 국제 경제 침체에 따른 여파로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이를 2.1%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남아공 사회에 만연한 부패문제 척결도 우선 해결해야 할 큰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 국민의 ‘부패한 공직자’에 대한 불만이 잠재적인 사회 불안 요소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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