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본 과거사 ‘작심비난’…단호한 대응 의지

시진핑, 일본 과거사 ‘작심비난’…단호한 대응 의지

입력 2014-03-30 00:00
수정 2014-03-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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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식 반발로 갈등 증폭…개선은 ‘물 건너간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독일에서 일본이 중국에 저지른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해 작심하고 비난한 것은 일본의 과거사 부정과 우경화 움직임, 나아가 영유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적극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물론이고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이렇게 맹비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시 주석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저녁 쾨르버 재단에서 가진 공개강연에서 “일본군국주의가 일으킨 중국침략전쟁으로 중국 군·민 3천500여만명이 죽거나 다치는 ‘인간 참극’이 빚어졌다”, “70여년 전 일본군국주의가 중국 난징시를 침략해 30여만명의 중국 군·민을 도살하는 전대미문의 참상을 저질렀다”는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시 주석은 이어 “역사는 가장 좋은 스승”, “역사는 각국이 걸어온 족적을 충실히 기록하는 동시에 각국의 발전을 위해 계시(교훈)를 제공한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독일 문학가 레싱의 “역사는 기억의 부담이 돼서는 안 되며 이성적인 깨우침이 돼야 한다”,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영혼에 병이 든다’는 발언도 직접 거론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는 ‘과거를 망각하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前事不忘, 后事之師)는 말이 있다”고도 했다.

시 주석이 강연에서 역사란 단어를 10차례 이상 거론하며 이렇게 대일 공세를 편 것은 중국이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부정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 난징대학살까지 부정하는 움직임마저 나오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함마저 묻어난다.

시 주석은 강연 마지막에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자 제2차 세계대전 발발 75주년”이라고 언급함으로써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가겠지만 주권과 영토 안정을 위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시 주석은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을 통해 “중국의 주권과 영토안정이라는 중대한 원칙적 문제에 관해 중국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지만 다른 쪽에서 일으킨 문제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동남아 각국과의 영유권 문제는 물론 일본과의 영토 분쟁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심각한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일본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이런 발언을 한 장소로 택한 독일은 일본과 함께 2차대전의 전범국이지만 ‘나치’의 과오에 대해 독일 지도자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죄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 일본과 대조를 이뤄왔다.

시 주석이 독일 방문 기회에 이러한 비난을 쏟아낸 것은 “왜 일본은 독일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는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자신의 베를린 내 홀로코스트 추모관 방문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 단호한 메시지를 직접 표출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날 강연을 통해 일본이 앞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참회하고 ‘180도’ 다른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는 한 중일 관계의 개선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은 시 주석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양국의 역사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30일 “중국 지도자가 제3국에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은 비생산적인 일로 극히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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