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보도…”정보 왜곡, 반대자 협박, 부정투표 등”
러시아가 지난달 치러진 우크라이나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찬반 주민투표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FP가 입수한 유엔의 우크라이나 인권 실태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주민투표 열흘 전부터 크림 공화국에서는 우크라이나 TV 채널이 전면 중단되고 러시아 TV 채널만 송출됐다.
러시아 국영 방송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를 과장 보도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극단주의 세력이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을 공격하기 위해 몰려오고 있다는 보도로 두려움을 조장했다고 유엔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크림 공화국 주민들은 프로파간다(선동)와 잘못된 정보의 희생자가 됐다”고 밝혔다.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반대하는 인터넷 블로거나 운동가 등은 협박, 구금, 고문당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안드레이 셰쿤, 아나톨리 코발스키 등 주민투표에 반대한 운동가 2명은 투표를 앞둔 지난달 9일 납치됐다가 풀려났는데 이들의 몸에는 학대와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타타르족 운동가 레샤트 아메토프는 군복 차림의 남성들에게 연행된 뒤 투표 당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메토프의 몸에도 수갑을 차고 고문을 당한 흔적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적이 아닌 시민이 주민투표에 참여하거나 한 사람이 투표소를 옮겨다니며 여러 번 투표하는 등 부정선거의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달 16일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크림 주민들은 96.77%의 압도적 찬성률로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귀속에 찬성했다.
FP는 유엔 보고서에 주민투표를 둘러싼 여러 조건이 달랐더라도 투표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란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한 정황은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고서 최종안은 오는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뒤 공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