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절도용의자”→”절도와는 무관” 후퇴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市) 경찰이 경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10대 흑인 청년을 절도 용의자라고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 절도 사건과 총격 사망은 무관한 일이라고 발을 빼는 등 수사 혼선을 빚었다.희생자 마이클 브라운(18)의 유족은 퍼거슨 경찰이 브라운을 범죄 용의자로 만들어 ‘물타기’에 나선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토머스 잭슨 퍼거슨 경찰서장은 15일 오전(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9일 브라운에게 총을 쏜 경관이 대런 윌슨이라고 밝히면서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잭슨 서장이 이날 브라운에 총격을 가한 경관의 이름을 밝힌 것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시위대의 거센 압력에 밀려 이뤄진 것으로 사건 발생 엿새 만이다.
그는 윌슨 경관의 이름은 공개했지만 인종을 밝히지는 않았다. 앞서 사건 목격자들은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은 백인이었다고 증언했다.
사건 발생 직후 휴직에 들어간 윌슨 경관은 경력 6년차로 징계 처분을 받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잭슨 서장은 또 윌슨 경관을 비롯한 경찰관들은 사건 당일 오전 11시 58분께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가를 훔쳐 달아나던 흑인 2명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하고 이들의 인상착의가 숨진 브라운, 그의 친구 도리언 존슨과 흡사함을 강조했다.
두 명의 남성 중 덩치가 큰 흑인은 옅은 색 셔츠와 카키색 반바지, 빨간색 모자를 착용했는데 경찰은 비슷한 복장을 한 브라운을 절도 용의자로 지목한 것이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오후 12시 1분께 길거리를 걷던 브라운과 다른 남성을 발견한 윌슨 경관은 총격을 가해 브라운을 사살했다.
경찰은 총격 직전 이들 중 한 명이 경관을 차 속으로 밀어 넣어 경관의 총을 놓고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차 내부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이어 몸싸움은 차 바깥 거리로 이어졌고, 브라운은 수차례 총격을 받고 절명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절도 용의자 브라운의 반격에 윌슨 경관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브라운과 함께 있었던 존슨의 증언과 경찰의 발표가 전혀 맞지 않고 윌슨 경관과 브라운이 대면한 과정의 개연성도 떨어진다는 언론의 의혹이 줄을 잇자 퍼거슨 경찰은 몇 시간 만에 절도 사건과 총격 사건은 무관하다고 물러섰다.
경찰은 아울러 차로를 막고 서 있던 브라운과 존슨이 윌슨 경관의 지시에 따라 도로 바깥으로 나갔다며 존슨의 증언과 일치하는 수사 내용을 덧붙였다.
존슨은 “브라운과 함께 길을 걷던 중 도로 바깥으로 나오라는 경관의 지시를 받았고, 그 경관이 브라운의 목덜미를 붙잡아 경찰차 안에 집어넣으려 했다”는 요지로 말했다.
그는 이후 경관이 총을 발사했고 도망치는 브라운을 쫓아가 뒤에서 수차례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발포 경관의 이름만 밝혀졌을 뿐 총격 사건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 확인되지 않은 절도 용의자라는 의혹만 더해지자 브라운 유족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유족들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절도 용의 화면을 공개한 경찰에 대해 “분노 이상의 상태”라고 말했다.
유족 측 변호사인 앤서니 그레이는 “유족들은 경찰의 이날 발표가 전략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브라운을 헐뜯고 그의 인격을 비방하려는 시도로 느끼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운이 ‘총을 쏘지 마라’는 뜻에서 양손을 머리 위로 들었음에도 백인 경찰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는 목격자의 증언과 경찰의 정당 방위성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진실 규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태가 인종 차별 양상으로 번지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직접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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