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재조사 첫 보고’ 북일 불협화음…속타는 일본

’납치재조사 첫 보고’ 북일 불협화음…속타는 일본

입력 2014-09-21 00:00
수정 2014-09-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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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일본이 납치문제 재조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합의한 지 3개월여 만에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8일 ‘1년을 목표로 조사 중이고 현재는 초기 단계라는 것 이상의 설명을 할 수 없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름이 끝날 때부터 가을이 시작할 무렵에 북한으로부터 조사 내용을 처음 보고받을 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간 북일 협의에서 일본 측 대표로 나선 온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초기 단계라는 의미를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들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조사 내용에 관해서는 북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일본 정부의 난감한 처지를 보여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납치 피해자에 관한 모든 것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뜻을 강조하는 반면 북한은 관련 정보를 선택적·순차적으로 제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첫 보고 때 일본 정부가 앞서 인정한 미귀환 납치피해자 12명에 관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최근 일본과의 물밑 접촉에서 밝혔다고 21일 보도했다.

대신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특정실종자, 전쟁 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북한에 남은 잔류 일본인, 재일 조선인 남편을 따라 북한에 간 일본인 배우자에 관한 정보를 보고 내용에 포함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납치 피해자 12명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없는 한 보고를 받지 않겠다며 거부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북한은 앞서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치 피해자 12명 가운데 요코타 메구미 등 8명은 이미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피해자로 규정한 12명에 관한 사실 규명이 납치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기 위해 이미 상당한 정보를 보유한 12명에 관한 우선 보고를 고집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부터 이들에 관해 일본과 다른 주장을 해 온 북한으로서는 초반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12명을 제외한 여타 납치 관련 피해자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북한의 제안이 일본 내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라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시간을 끌면 일본 내에서 ‘아베 정권이 북한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는 자체 조사단의 북한 파견을 추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납치된 분들을 북한이 장악하고 있다”며 조금씩 정보를 풀어놓겠다는 전략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해제한 일부 대북 제재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납치 피해자 가족은 북한이 매우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며 반발하거나 일본 정부가 북한이 제대로 임하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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