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전초기지’서 밝혀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8일(현지시간) 2008년 북한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는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였던 힐 전 차관보(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학 학장)는 자신의 회고록 ‘전초기지(OUTPOST) : 미국 외교 최전방의 삶’에서 4차 6자회담의 타결 과정과 성과물 등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냉각탑 폭파 아이디어를 내가 처음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제시했다”면서 “김 부상에게 ‘그 폭파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볼 것이고, 또 그것이 우리의 비핵화 여정에 대한 의구심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상은 내 제안에 관심을 두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에게도 ‘현재 불능화 조치에 따라 낙후된 파이프와 다른 시설들을 일일이 톱으로 잘라내고 있는데 그런 조치에 뭔가 의미를 부여할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힐 전 차관보는 2005년 7월 4차 6자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뒷얘기도 털어놓았다.
그는 “2005년 6월29일 워싱턴DC의 경기장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레이츠의 야구 경기를 보던 중 조(6자회담 차석대표 조지프 디트라니)가 급하게 전화를 걸어 와 ‘미국이 북한 대표단을 만나주면 6자회담 복귀를 확신한다’는 북한 측 핵협상 2인자 리근의 말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곧장 뉴욕 트랙2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던 리근과 직접 통화를 했고 그에게 ‘내가 베이징에서 김계관 부상을 만나면 북한 당국이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하겠다는 것인지, 어떤지를 확실히 하고 싶다’고 질문하자 리근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통화를 계기로 2004년 6월 중단된 6자회담은 1년여 만에 다시 성사되게 됐다.
힐 전 차관보는 회고록에 2007년 11월 부시 전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북한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결국 거절당했다는 얘기와, 이듬해인 2008년 10월 핵 불능화 검증의정서 합의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측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결국 판문점을 통해 빈손으로 돌아왔던 뒷얘기도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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