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편집국장 “우리는 교만했다…스노든 낙종 큰 고통”

NYT 편집국장 “우리는 교만했다…스노든 낙종 큰 고통”

입력 2015-01-27 17:01
수정 2015-01-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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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誌 인터뷰 “주류 언론 나약해졌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

“우리는 교만했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기사를 낙종한 것은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지난해 5월 취임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첫 흑인 편집국장 딘 베케이(58)가 이달 23일자 독일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과 한 인터뷰에서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편집국장 출신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베케이 국장은 뉴욕타임스의 속사정과 언론환경 변화, 언론의 책무 등에 관해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장점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난해 5월 혁신보고서 내용에 관해 “그동안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 같은 새로운 디지털 경쟁자들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교만했고 새 경쟁자들을 얕봤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기사를 관심있는 독자들이 읽도록 할지 우리보다 앞서 이해했다”고 인정했다.

혁신보고서를 계기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전담하는 독자개발팀이 발족하는 등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런 노력으로 석달 만에 홈페이지 트래픽이 20%가량 늘었다고 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제보를 받지 못했을 때 심정을 묻자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었어요. 중요한 취재원이 뉴욕타임스를 보도 적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국가안보 분야에서 오랫동안 큰 쟁점이 될 사안에서 낙종했다는 것 때문에 몹시 괴로웠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여러 사안에서 미국 정부를 많이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201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드론(무인기) 기지에 대한 기사를 싣지 않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해 베케이 국장은 “드론 기사를 누락한 것은 내 결정이었고 실수였다”며 “미국 태생인 급진적 (이슬람) 성직자가 드론 공격으로 숨진 상황에서 CIA(미 중앙정보국) 고위 간부가 기지 위치를 빼 달라는 전화를 걸어와 받아들였다. 마감에 쫓긴 결정이었지만 분명 잘못이었고 이튿날 곧바로 후회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큰 이슈가 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공격 때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만평을 싣지 않기로 해 화제가 됐다.

베케이 국장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처음에 기자로서의 내 직감은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거였고 그래서 만평을 실으려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슬픔은 제쳐놓고 그냥 만평을 바라보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유머는 불필요하게 모욕적인 것이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감을 표시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일이다. 가장 중요한 나의 임무는 뉴욕타임스 독자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몇 년 동안 써오던 CIA의 이른바 ‘강화심문기법’을 가리키는 표현을 ‘고문’으로 바꾼 것을 두고는 “처음 결정할 때는 뉴욕타임스에 없었지만 이해한다.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이 가해지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베케이 국장은 9·11 테러 이후 ‘주류 언론’이 나약해졌다는 지적에 대한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언론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결정을 물을 때도,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질문에서도 충분히 적극적이지 못했다. 뉴욕타임스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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