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어린이들 하루 평균 7명씩 죽어…사망어린이 1만명 넘어
”아일란, 너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냈단다. 너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으게 했어. 이제 편히 쉬렴”(익명의 기부자)세살배기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지구촌 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직접행동에 나서고 있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쿠르디와 같은 시리아 어린이는 하루 7명씩 죽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숨진 어린이만 해도 1만명이 넘는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시신으로 파도에 떠밀려와 전세계를 비탄에 빠뜨린 쿠르디의 이름을 따 개설된 모금펀드에는 하루 만에 473명이 모두 1만5천286파운드(약 3천만원)를 기부했다.
시민들은 대개 익명으로 기부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2015년에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좌시했나”, “가슴이 무너진다”, “할 말이 없다. 눈물만 흐를 뿐. 무고한 아이들아, 너무 미안하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이 펀드를 통해 모금된 돈은 5년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될 무렵부터 시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해온 영국구호단체 ‘시리아를 위해 손에 손잡고’를 통해 쿠르디와 같은 처지의 시리아 어린이 난민의 복지와 교육 등에 쓰일 예정이다.
가디언은 또 ‘난민 위기: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나’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돈이나 차, 악기, 책 등을 기부하거나 자원봉사를 하거나 서명운동, 시위에 참여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한편, 직접행동에 나선 사례를 모으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쿠르디의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공유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신문 지면을 통해 시리아 사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사례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리즈 슬라이 레바논 베이루트 지국장은 이날 ‘내가 시리아 꼬마난민의 사진을 트윗한 이유’라는 기자칼럼에서 “쿠르디는 지구촌이 해결을 포기해버린 전쟁과 ‘우리와 상관없다’는 식의 이민정책 때문에 죽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윗한 시신 사진에 대해 그의 존엄성을 존중하라는 항의를 받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시리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는 의미”라면서 “시리아에서 5년째 계속되고 있는 내전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25만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2011년 시리아내전이 시작된 이후 하루 평균 7명씩 1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죽었다”면서 “그리고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대해 난민수용을 합당한 수준으로 늘릴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에는 22만5천명이 서명했다. 시민들은 서명을 하면서 ‘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독일이 올해 80만~100만명의 난민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영국은 시리아 난민 216명을 받아들이는데 그쳤다.
유럽 정치권도 빠르게 반응했다.
유럽의 양대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아버지로서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아이의 시신 모습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쿠르디의 시신이 발견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쿠르디의 죽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전 서방세계가 이 일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라면서 “지중해 주변 국가들이 어떤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쿠르디와 같은 많은 어린이와 엄마 아빠들이 지중해에서 익사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냉정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중해를 공동묘지로 만든 유럽국가들은 공동행동을 통해 난민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우리는 쿠르디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쿠르디는 2일 새벽 6시 터키 휴양지 보드럼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IS)의 위협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로 탈출해 소형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려했지만, 배가 전복돼 엄마(35), 형 갈립(5)과 함께 숨졌다. 터키 도안통신이 해변으로 떠밀려온 그의 시신을 담은 사진을 보도하면서, 그는 시리아 난민이 처한 역경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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