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 부채 탕감도 약속…제3세계 영향력 확대 포석인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6일(현지시간)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중국이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시 주석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개발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중국 주도의 ‘남남협력(개도국간 협력) 지원기금’ 설립과 최빈국들에 대한 부채 탕감 등의 조치를 발표하며 이런 의지를 피력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7일 전했다.
그는 “우선 중국이 20억 달러(약 2조3천880억 원)를 출연해 남남협력 지원기금을 설립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유엔의 포스트 2015 ‘지속가능 개발목표’의 원활한 추진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은 이 기금에 대한 지원 규모를 2030년까지 120억 달러로 늘리겠다며 ‘통 큰’ 지원도 약속했다.
아울러 세계 최빈국, 내륙의 개도국, 도서국가 등이 중국으로부터 빌려간 부채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분에 대해선 전액 탕감해 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어 글로벌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하면서 청정·녹색의 방식으로 전 세계 전력수요 충족을 해나가자고 촉구했다.
그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 등을 통해 개도국의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이 개도국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개도국의 권리 확대를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과거를 돌이켜 보면 개도국의 굴기(굴<山+屈>起)를 증명했지만 남북(선진국과 개도국)간 발전 불균형의 현실에도 직면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통치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개도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포스트 2015 지속가능 개발목표’의 실현을 위해 4가지 제안을 했다.
우선 각국이 스스로의 국가상황에 맞는 발전 전략을 세워 발전의 능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에는 ‘배(腹)를 헤아려 받아들이고, 몸을 재어 옷을 입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며 “각국에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국제사회는 그들의 실제 수요에 맞게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번째로 평화와 발전을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국제 발전의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를 위해 국제금융기구가 거버넌스 개혁을 가속화하고 다자개발기구는 발전의 자원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발전 동반자 관계를 최적화해 나가야 한다”며 선진국들의 약속 실현과 의무 이행을 촉구한 뒤 국제사회가 남북협력, 남남협력, 제3국과의 협력을 심화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네 번째로 “건강한 협조시스템을 완비해 나가야 한다”며 각국간의 거시경제 정책 협력 강화, 지역조직의 일체화 프로세스 가속화 등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이 지도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발휘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 30여년간 중국이 4억4천여만명의 빈곤인구를 해소했고 지난 60여년간 166개 국가 및 국제조직에 4천억 위안과 60여만명의 인력을 지원했다”고 소개하면서 “앞으로도 중국은 ‘의무와 권리를 모두 중시하면서도 의무를 더 우선시하는 원칙에 따라 ‘포스트 2015 지속가능 개발목표’ 실현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제70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개발정상회의와 남남협력 고위급 회의 등에 참석하면서 개도국 지원을 통해 ‘개도국 마음사기’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들을 견제하면서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개도국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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