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회담서 북핵·경제협력 집중 논의…아베 겨냥 역사발언도 주목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과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오전 베이징(北京)을 출발했다.

리 총리는 서울 도착 첫 날인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지역 현안 등을 논의한다. 둘째 날에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마지막 날인 2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경제협력이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최근 열린 리 총리 방한 기자회견에서 “반도(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와 반도 비핵화 추진은 중국 한 나라의 목표가 아니라 9·19 공동성명에 참가한 6개 국가의 (공동)목표다. 이 화제는 분명히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중 공동성명이나 3국 정상회의 공동 합의문 등이 발표될 경우, 중국이 반복해 강조해온 ‘한반도 비핵화 견지’, ‘조속한 6자회담 재개’ 등의 문구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중국은 최근 들어 북중 관계 복원에도 다시 공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은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일부 관측통은 한중 양자회담에서 리 총리가 북핵 문제보다는 양국 경제협력 수준을 격상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정부는 한중이 이번에 양국의 취업난 해소 전략인 창조경제와 ‘대중창업·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인 제조업혁신 3.0과 ‘중국제조2025’, 제3자 시장개척 전략,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연계협력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경제·교육·환경과학·인문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협력 문건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리 총리가 이번 방한 기간 중 가장 역점을 둘 대목은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건설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7일 열린 중국 공공외교협회 주최 한중일 토론회 연설에서 한중일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것은 3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우리는 당연히 이 메커니즘을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 3국은 또 함께 손을 잡고 RCEP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와 한중일FTA 등은 최근 타결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 총리와 아베 양자 회담은 아직까지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에 양자 회담이 열리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베이징 관측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양측이 양자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아직 확정짓지 못한 것은 역사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여전히 ‘밀당’(밀고당기기)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연설에서 한중일 3국 협력의 최대 전제조건으로 ‘일본의 과거와의 단절’을 강하게 거론하고 “역사문제는 3국 협력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라고 밝혀, 리 총리가 3국 정상회의나 중일 양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강하게 거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