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中, 야당의원단 환대…韓정부와 소통 꺼려

‘사드 반대’ 中, 야당의원단 환대…韓정부와 소통 꺼려

입력 2017-01-05 07:39
수정 2017-01-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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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미소에 웃음까지’…中외교부장 이례적 면담 해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소통 요청은 꺼리면서 한국 야당의원들만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있다.

이는 탄핵 정국에서도 한국 정부가 사드 신속 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비해 야당은 사드 배치 재검토 입장을 보임에 따라, 중국이 선택적인 접촉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속해서 이뤄져 왔다. 실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진 뒤 불과 한 달여만인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을 초청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초선의원 6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만류에도 방중을 강행해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 의원은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들과 비공개 좌담회를 하고 중국 싱크탱크 판구연구소 좌담회에 참석해 한반도 사드 배치로 양국 우호관계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그런 행위가 중국에 ‘사드 반대’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4일에는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과 베이징에서 만나 한·중 관계,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심재권 위원장은 방중 기간 선양(瀋陽)과 단둥(丹東) 등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권 위원장의 방중 등은 모두 주한 중국대사관 측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5일에는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이인영 의원이 이끄는 한국 국회 대표단을 만나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당시 방중 의원 대표단 역시 이인영 의원 이외에 강훈식, 김영호, 정춘숙 의원 등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만 구성됐다. 류 부부장은 당시 회동에서 중국이 한·미의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엄정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리고 중국 당국이 연말연시 한반도 사드 문제를 이유로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한류스타 출연 금지 등 금한령(禁韓令)을 강화하는 가운데 4일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들 의원은 이날 오후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에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급)까지 연쇄적으로 면담하는 등 중국으로부터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왕이 부장은 중국 외교부 감람청에서 야당의원단을 만나 미소를 지으면 일일이 악수를 했다. 특히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유창한 중국어로 인사하자 놀란 표정으로 웃으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연합뉴스 등 한국 매체와 봉황위성TV 등 중국 매체까지 불러 이 장면을 공개했다.

쿵쉬안유 부장조리 또한 야당의원단의 금한령 중단 요청 등을 경청하며 성의 표시를 했으며 만찬까지 마련해 환대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논란을 일으켰던 천하이(陳海)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도 이날 왕이 부장의 면담장에 나와 야당의원단을 배려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 정부와 공식 외교채널을 통한 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김장수 주중대사는 중국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 제한과 한류 제한 조치 등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광, 방송 등 주무부처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고위급 접촉을 위한 정부의 다른 채널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공식 외교채널을 사실상 무시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야당 의원들만 초청해 외교부장이 직접 만나주며 파격적인 환대를 하는 것은 상대의 힘을 분산시키는 통일전선공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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