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 국경세 부과 검토에 멕시코 “농축산품 수입 다변화” 맞불

美 20% 국경세 부과 검토에 멕시코 “농축산품 수입 다변화” 맞불

입력 2017-01-31 07:05
수정 2017-01-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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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20%의 수입 관세를 물려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멕시코가 농ㆍ축산품 수입 다변화 등으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 양국 간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경 장벽 건설 비용 충당을 위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미국인들의 기초 생필품에 해당하는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과 농ㆍ축산품 수출 감소로 이어져 되레 미 소비자에게는 부메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미국이 자국 제품에 국경세를 부과하면 미국산 농ㆍ축산품 수입을 줄이고 남미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현지 경제 일간 엘 에코노미스타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멕시코는 농ㆍ축산품 수입 경로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과하르도 장관은 미와 고위급 회동 전에 이뤄진 현지방송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세를 부과하면 보복 관세로 즉각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와의 관계가 틀어져 농ㆍ축산품 수입 다변화가 현실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주가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멕시코와 미국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축산물 교역량이 많다. 미 상공회의소는 600만 개의 일자리가 멕시코와의 교역과 관련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멕시코는 세계 최대 농ㆍ축산품 수출국인 미국의 주요 수입국이다. 2015년 기준으로 멕시코의 미국산 수입품목은 옥수수(24억 달러, 2조8천8억 원), 돼지고기(10억5천만 달러, 1조2천254억 원), 닭고기(9억4천만 달러, 1조967억 원) 등이다.

반면 미국이 국경세를 부과하면 멕시코산 농산품과 맥주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멕시코는 2015년에 210억 달러(약 24조5천억 원)어치의 농산물과 주류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멕시코의 주요 수출품목을 보면 토마토, 양파, 고추 등과 같은 신선한 야채가 48억4천만 달러(5조6천483억 원)로 가장 많았다.

딸기와 아보카도 등과 같은 신선 과일은 42억8천만 달러(4조9천948억 원)로 뒤를 이었다. 멕시코산 과일의 대미 수출물량은 미국의 두 번째 과일 수입국인 칠레의 배가 넘는 규모다.

코로나 등과 같은 멕시코산 맥주와 와인 수입물량도 27억 달러(3조1천509억 원)에 달해 2위를 기록한 이탈리아산보다 거의 10억 달러(1조1천670억 원)가 더 많았다.

멕시코산 스낵 식품은 17억2천만 달러(2조72억 원)로 두 배가량 많은 캐나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경 장벽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고조되면서 앞으로는 멕시코산 아보카도를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서 나오기도 한다. 미국은 아보카도의 80%가량을 멕시코에서 수입하며 올해도 97만t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 18일 멕시코 할리스코 주에서 생산된 아보카도 100t을 싣고 미국으로 향하던 5대의 트럭이 미 국경을 넘지 못했다고 밀레니오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전부터 할리스코 주에서 생산되는 아보카도를 수입해온 미 농무부가 갑작스레 수입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관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다음 달 열릴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이 과카몰레(아보카도를 으깬 것에 양파, 토마토, 고추 등을 섞어 만든 멕시코 요리)를 나초와 곁들여 즐길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1995년부터 멕시코와 농산물 교역을 시작한 이후 미국은 2015년을 제외하곤 19년간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멕시코는 2015년에 미국산 옥수수, 콩가루, 쌀, 낙농제품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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