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저주 주인공에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선물

시카고 컵스, 저주 주인공에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선물

입력 2017-08-01 07:26
수정 2017-08-0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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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며 ‘108년간 쌓인 한’을 푼 시카고 컵스가 2003년 월드시리즈 진출 기회를 날린 책임을 모두 떠안고 마음 고생을 하며 살아온 팬과 극적으로 화해했다.

31일(현지시간) 컵스구단은 지난 14년간 ‘컵스의 역적’, ‘저주의 주인공’이란 오명을 감수하며 살아온 ‘비운의 팬’ 스티브 바트만(40)에게 2016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수여했다.

시카고 WGN방송 등에 따르면 톰 리케츠 구단주는 이날 구단 사무실로 바트만을 초대해 그의 이름이 새겨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특별 선물’로 전달하고, 바트만이 오랜시간 발들일 수 없었던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를 함께 둘러봤다. 이 자리에는 티오 엡스틴·크레인 케네디 사장 등도 참석했다.

바트만은 2003년 시카고 컵스와 플로리다 말린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파울공을 잡기 위해 손을 뻗친 것이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의 수비를 방해하게 되면서 대역전패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쓴 컵스팬이다.

어렵사리 잡은 월드시리즈 진출 기회를 날린 컵스팬들은 바트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 일부 언론이 그를 ‘역적’으로 몰아세우면서 살해 위협까지 느끼게 된 바트만은 거주지를 옮기고 은둔생활을 해야 했다.

바트만은 한동안 ‘염소의 저주’와 함께 컵스 우승을 막는 악운의 상징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컵스가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컵스 구단은 “바트만에게 반지를 선물함으로써 오랜 시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염원하며 지나온 불운했던 한때를 마감하려 한다”며 “바트만이 10년 이상 감내한 마음의 고통은 무엇으로도 다 씻을 수는 없겠지만, 컵스 구단이 바트만을 소중한 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바트만은 “이처럼 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구단의 배려에 깊이 감사하고 큰 위로를 받는다”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새삼 다시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 파울공 사건 이후 나와 가족에게 닥쳤던 암흑기가 막을 내리고, 컵스 가족에 다시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며 “반지가 당시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치유와 화해를 불러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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