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선전포고’ 주장하며 ‘영공밖 자위권’ 위협(종합2보)

北, ‘美 선전포고’ 주장하며 ‘영공밖 자위권’ 위협(종합2보)

입력 2017-09-26 11:06
수정 2017-09-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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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백조’ 무력시위에 “쏘아 떨굴 권리” 주장…자위권 근거는 트럼프 ‘트윗’

미국의 기습 공중 무력시위에 맞서 북한이 ‘영공’ 밖에서까지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엔총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의 이틀 전 북한 동해 국제공역 비행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미국 전략폭격기가 북한 영공을 침범하지 않아도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날 오전 뉴욕의 숙소 호텔을 떠나기 전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다.

특히 리 외무상은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한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앞으로 미국이 B-1B 랜서와 같은 전략폭격기를 북한 인근 국제공역에 전개할 경우 개별적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불시에 무력 대응을 하겠다는 협박인 셈이다.

이 같은 강경한 반응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의 무력시위에 실제로 상당한 심적 부담과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 외무상이 귀국 직전 긴급하게 성명을 발표한 대목 역시 북한 지도부 내의 긴장감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핵심 전략 자산의 한반도 배치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과 견제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개별적 자위권 행사의 ‘국제법적 근거’로는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이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리 외무상의 유엔 연설 내용에 대해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되 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부분을 ‘명백한 선전포고’로 규정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성명에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 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조·미 사이의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다”고 한 대목 역시 대립 격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명분 축적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이 서로 발언의 수위를 올려가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을 거듭함에 따라 북미 간 충돌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전혀 국제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무부는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을 통해 북한에 선전포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나 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북한 영토와 영공 밖에서 합법적으로 전개하는 미군 전력에 대해 북한이 군사 대응을 할 경우 이는 전혀 국제법에 어긋나는 불법 무력 사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국방부는 사실상 맞대응 성격의 입장을 내놨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만약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을 다룰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 때문에 영공 밖에서도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북한의 논리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미국 전투기를 쏴 떨어뜨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고, 美 공영라디오 NPR은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선전포고’는 미국 폭격기를 쏴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가장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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