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서 미 전문가 제안 소개…‘先동결 後비핵화’ 모델
북핵 위기의 해법으로 당장 비핵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일단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국제회의의 틀 안에서 핵 프로그램 동결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미국 CNN 방송의 진행자인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국제컨설팅 회사 ‘키신저 어소시에이츠’의 공동 최고경영자 조슈아 쿠퍼 라모의 이와 같은 제안을 소개했다.
라모가 고안해 워싱턴 관료들 사이에서 회람된 이 제안은 핵확산에 관한 국제 콘퍼런스를 소집하는 것을 기본 틀로 한다.
이 회의에서 모든 핵무기 보유국이 36개월 동안 핵실험을 하거나 핵무기를 더 확대하지 않겠다고 동의하고, 이런 약속을 철저히 지켰는지 사찰단이 확인하는 데 합의하자는 것이다. 동시에 비보유국들은 핵무기를 가질 의도가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
여기에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초청해 이런 내용의 합의에 서명하도록 하자는 것이 제안의 핵심이다.
자카리아는 “지금은 (핵무기 개발) 절차를 동결하고, 나중에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북한 문제를 더 광범위한 국제 핵확산의 맥락에 담아 모든 당사자에게 출구를 열어준다는 의미를 담는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회의를 통해 북한이 만약 약속을 어기거나 속일 경우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이를 명분으로 진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약 국제 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 소집이 어렵다면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지역 포럼으로 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모의 제안은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으로 대변되는 미국 행정부의 강경 기조와 북한의 즉각 비핵화라는 목표가 현 상황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카리아는 “트럼프 행정부는 어떠한 출구 전략 없이 레토릭(수사)만 높이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백악관은 오바마 시대의 모든 정책을 뒤집으려는 것처럼 보이며, 이는 일정 부분 자제력이 부족한 현 정부의 접근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터프가이가 되고 싶어한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말폭탄’을 톤다운하고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또한, 핵무기는 김정은 북한 정권의 ‘보험 정책’이라는 점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진단하면서 “바로 지금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은 환상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의 무기와 핵실험을 동결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없으면서도 이리저리 비틀거리기만 하는 ‘좀비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자카리아는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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