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차이나 진화 결과 아닌 ‘문화적 역할 기대’ 때문으로 추정
여성 뇌는 이타적 또는 친(親)사회적 행동을 할 때, 남성 뇌는 이기적 또는 자기중심적 행위를 할 때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보상(報償)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기존의 여러 행동 관찰 실험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자선적 행위’를 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운영 과학뉴스 사이트인 유레크얼러트 등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대학 알렉산더 주체크 교수팀은 이러한 남녀 차이의 원인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뇌의 기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남녀 뇌의 보상(報償) 체계가 달리 작용하는지를 처음 연구한 것이다.
연구팀은 남성 27명과 여성 26명에게 본인 혼자 10 스위스프랑(약 1만1천600원)을 얻을 수 있는 ‘이기적 보상’과 본인과 다른 사람이 각각 7.5 프랑(약 8천700원)씩 받게 되는 ‘친사회적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을 하게 했다.
그러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이들의 선조체 활동의 변화를 살펴봤다. 선조체는 뇌 중간에 있는, 보상과 관련된 역할을 하는 부위이며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활성화된다.
측정 결과 여성 뇌의 선조체는 친사회적 행동을 결정할 때 더 강하게 활성화한 반면 남성 뇌에선 이기적 결정을 할 때 더 활발해졌다.
연구팀은 이번엔 약물로 보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특정 행동 수용체를 줄인 상태에서 같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이번엔 상대적으로 여성이 더 이기적으로, 남성이 더 친사회적으로 행동했다.
주체크 교수는 두 실험결과는 “여성이 좀 더 친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은 남녀 뇌 신경의 보상 회로가 달리 작용하기 때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를 생물학적 차원의 본성 차이 또는 진화의 결과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자연의 결과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에 대한 ‘문화적 기대’의 차이 때문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 뇌의 보상 체계와 학습 체계는 상호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는데 기존의 경험적 행동 연구들에서 보면 여성은 친사회적 행동에 대한 칭찬으로 보상받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여성 뇌의 보상 체계는 이기적 행동보다 남을 돕는 행동으로 보상받는 것을 기대하고 반복 학습하게 돼 상대적으로 더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주체크 교수는 이는 각 문화별로 친사회적 및 이기적 행동에 대한 보상 시스템의 감수성이 크게 다르다는 연구결과들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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