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TF 결과 발표 앞두고 ‘위안부 합의 이행’ 확답 요구
“아베 총리의 한국 방문을 검토해 나가겠다.”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지난 19일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한을 요청받자 이같이 답했다.
아베 총리도 지난 11월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같은 요청을 받자 “올림픽 기간 중 국회 예산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참석을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대통령과 외교장관이 직접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두차례나 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입장은 오는 27일 예정된 한일간 위안부 합의 과정 등을 조사하는 장관 직속 테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입장 정리 등의 움직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방문을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협상용 카드로 사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위안부 합의 검증작업에 이해를 구하는 한국측에 대해 불신을 씻어내지 못하는 일본측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못박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노 외무상이 위안부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강 장관의 이번 방일이 위안부TF 결과 발표와 관련한 일본측의 반응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런 만큼 일본 정부는 위안부TF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한국 정부는 기존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강조한 한일합의 이행은 아베 정권에 있어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아베 총리의 방한에 고노 외무상이 가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신중론을 견지한 것도 오는 27일 발표되는 위안부 검증TF의 결과를 우선 확인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본 언론은 한국측이 아베 총리의 방한을 위한 여건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한국 정부는 위안부TF 검증 결과 발표를 토대로 합의의 타당성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이런 방침 결정이 내년 1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내에서는 그 시점이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로서도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기간 방한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핵·미사일 개발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한일간 공조가 긴요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고민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권하에서 역사문제 해결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일본 정부 내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그러나 북한 정세가 더 긴박해질 경우 한국내 일본인 대피 등에서 한국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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