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오늘 임기 끝나 ‘최소 3명’ 심리 마비
美반대에 선임 막혀… 출범후 최대 위기“정글법칙 닥칠 것”… EU 대체기구 모색
정부 “센 나라와 분쟁 땐 장기적 악영향”
국제 무역분쟁의 조정 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 24년 만에 기능 마비 위기에 빠졌다. 분쟁의 최종 판단을 내리는 WTO 상소기구(AB)가 상소위원을 선임하지 못한 까닭이다. 고율의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 시대에 강한 나라만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닥칠지 우려된다.
9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AB가 미국의 ‘깜짝’ 대타협이 없는 한 10일부터 ‘개점 휴업’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WTO의 대법원으로 비유되는 AB의 상소위원은 7명이 정원이지만 현재 4명이 공석이다. 10일이면 2명의 임기도 종료된다. 최소 3명의 상소위원이 심리를 해야 하지만 1명만 남게 되면서 업무가 마비되게 된 것이다.
상소위원 선임은 WTO가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까닭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위원이 선임이 될 수 없다. 가장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이다. WTO 본부가 있는 제네바 주재 미국대표부의 드니스 시어 대사는 지난 6일 미국이 보기에 실질적인 AB 개혁안이 도출되지 않았다면서 상소위원 선임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또 WTO의 내년 예산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1995년 설립된 WTO는 창설 24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사태를 진단했다. 그는 국제무역을 다스리는 규칙이 재판을 통해 강제되지 못하면 힘의 논리가 판치는 ‘정글의 법칙’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EU는 AB를 일시적으로 대체할 비공식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U와 캐나다는 무역분쟁 재판이 기본적으로 2심 체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WTO 재판을 본떠 일시적인 항소 절차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는 AB 심리가 협상이 교착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양자 간 무역분쟁을 처리하게 되며, 노르웨이도 여기에 합류하기로 동의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가 WTO에 걸려 있는 현안이 없어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무역분쟁이라는 게 우리보다 센 나라와 붙는 경우가 많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9-12-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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