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식당은 송환 시한 넘겨서도 정상 영업
문 열거나, 떠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각국이 북한 노동자를 송환해야 하는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짐을 끌며 출국 수속을 준비하는 모습.
베이징 연합뉴스
베이징 연합뉴스
25일 연합뉴스가 찾아간 베이징의 한 북한 식당은 ‘평양랭면’(냉면), ‘쟁반국수’ 등의 메뉴 안내 옆으로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바이두(百度) 등 여러 지도 앱에서 이 식당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미 폐점했다’고 나온다.
한국인이 비교적 많이 사는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 지역에서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이 식당은 지난 23일께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종업원 철수가 이 식당이 영업을 중단한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규정한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은 22일이었다.
최근 동남아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속속 철수하면서 많은 북한 식당이 폐업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수도 프놈펜과 유명 관광지 시엠레아프 등지의 북한 식당 6곳이 지난달 30일 일제히 문을 닫았으며, 태국에서도 북한 식당 2곳이 최근 1∼2개월 사이에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있는 중국은 동남아와 온도 차가 있다. 북·중 교역거점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일부 식당이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을 앞두고 폐점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여러 북한 식당이 송환 시한까지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연합뉴스가 베이징의 다른 북한 식당 4곳에 문의한 결과 모두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다음 달에도 예약이 가능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의 전면 철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노동자들의 체류 신분을 변경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 만들었고, 중국도 이 같은 편법 취업을 사실상 묵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자들은 ‘회원국은 자국에서 수입을 올리는(earning income) 모든 북한 국적자를 북한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규정을 피해 유학, 연수, 교육 등 다른 목적의 비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비자, 관광비자나 강을 건널 수 있는 도강증을 받은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에서 일하다 북한을 오가며 체류 기간을 연장한다.
중국은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북한 노동자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는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북한 노동자를 대거 돌려보내기는 힘들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줄곧 밝히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한다는 중국의 입장은 일관적”이라면서 “결의가 유효한 한 중국은 국제 의무를 성실히 다하고 결의 규정에 따라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조항 해제 등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가장 많은 북한 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은 유엔에 낸 중간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 노동자의 절반을 돌려보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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