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한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다소 불안정한 위치에 4만명의 군인(주한미군)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매우 부자 나라가 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군대 대부분을 사실상 무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동의했다”며 “그런데 내가 떠난 지금은 아마 거의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재협상을 통해 거의 아무것도 없었던 이전 수준으로 (분담금을) 훨씬 더 낮췄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내고 싶어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언급한 주한미군은 4만명이 아니라 2만 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또 한국은 2021년 분담금을 전년 대비 13.9% 오른 1조 1833억원(10억 3600만 달러)으로 합의했다.
타임은 ‘팩트 체킹’에 이런 내용과 함께 방위비 협상 상황을 정리했다. 트럼프는 2019년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때 한국의 연간 분담금을 기존(1조 389억원)의 6배에 이르는 50억 달러(6조 9000억원)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요구로 협상이 교착되자 트럼프는 ‘50억 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내부적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차 SMA는 결국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온 2021년 타결됐으며, 이 과정에 약 1년 반 정도 협정 공백이 발생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해 3월에도 한미연합훈련 비용 관련해 “내가 재임 당시 부유한 나라인 한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받기로 했는데, 후임인 바이든 정부가 이 협상을 잊어버렸다”고 거론했다. 다만 당시엔 주한미군 철수 등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의 이번 발언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동맹도 거래 관계로 보는 지론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를 매개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미 양국은 2026년에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측에서 아예 새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는 1일 트럼프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가정적 상황을 전제한 질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자 한다”며 직접적인 반응은 내지 않았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확고하며 미 의회에서도 현 수준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