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10조원” 대박 터뜨린 ‘소녀’ 정체…알고 보니 50살이라는데

“매출 110조원” 대박 터뜨린 ‘소녀’ 정체…알고 보니 50살이라는데

하승연 기자
입력 2024-11-02 09:42
수정 2024-11-02 09: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3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전시회 ‘내가 변하면 그녀도 변한다’에서 영국 관광객들이 헬로키티 장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0.31 A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전시회 ‘내가 변하면 그녀도 변한다’에서 영국 관광객들이 헬로키티 장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0.31 AP 연합뉴스


쿠키 굽는 것을 좋아하고 피아니스트나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영국 런던의 고양이 소녀 ‘헬로키티’가 지난 1일로 50살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헬로키티는 지난 1974년 일본의 캐릭터 상품 제조업체인 산리오가 어린이용품과 문구류를 장식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다.

산리오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시미즈 유코가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으며, 이듬해 동전 지갑 등에 모습을 드러낸 헬로키티는 이후 산리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성장했다.

장난감, 스티커 등에 얼굴을 내밀며 산리오의 매출을 끌어올린 이 캐릭터는 지난 수십년간 유니세프 홍보대사, 일본 외무성 특사 등을 지내며 이름을 알렸다. 50년간 헬로키티가 거둔 매출은 800억 달러(약 110조원)에 달한다.

이미지 확대
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서부 교외 타마에서 열린 산리오 퓨롤랜드의 탄생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헬로키티 피규어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4.11.1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서부 교외 타마에서 열린 산리오 퓨롤랜드의 탄생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헬로키티 피규어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4.11.1 AP 연합뉴스


그러나 헬로키티가 탄생 이후 줄곧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시미즈가 산리오를 떠난 뒤 헬로키티의 인기는 차츰 시들해졌다. 이에 산리오는 1979년 브랜드를 다시 활성화하기로 결정하고 일러스트레이터 야마구치 유코 등에 헬로키티의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는 작업을 맡겼다.

헬로키티가 과거 ‘음악가 지망생’이라는 캐릭터로 소개됐다는 사실을 알았던 야마구치는 그랜드피아노를 선물 받은 헬로키티의 모습을 디자인했고, 이후로 45년간 헬로키티의 어머니로 불리며 캐릭터의 비주얼 정체성을 주도해왔다.

또한 야마구치는 팬들을 만나 매출 감소 원인을 파악했고 이후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헬로키티는 다시 전성기를 누렸다.

야마구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헬로키티가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기 위해서는 팬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야마구치는 CNN에 1987년 한 팬에게서 받았던 편지가 영감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헬로키티의 열렬한 팬이었던 한 고등학생이 친구들과 부모님으로부터 헬로키티는 어린이용 캐릭터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편지에 적었다”며 “당시 그 학생은 자신과 같은 고등학생을 위한 제품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서부 교외 타마에 위치한 산리오 푸로랜드에서 헬로키티의 유명 캐릭터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한 헬로키티 팬이 키티의 가족들이 그려진 티셔츠를 뽐내고 있다. 2024.11.1 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서부 교외 타마에 위치한 산리오 푸로랜드에서 헬로키티의 유명 캐릭터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한 헬로키티 팬이 키티의 가족들이 그려진 티셔츠를 뽐내고 있다. 2024.11.1 AP 연합뉴스


그때까지만 해도 헬로키티가 새겨진 상품은 어린 소녀들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야마구치는 이후 헬로키티와 함께 나이 든 팬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의류와 전자제품, 주방용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나갔다.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침체하자 헬로키티는 해외로도 눈을 돌렸고, 일본문화에 관한 관심을 등에 업고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명품과도 손잡고 대만 에바항공 광고 등에도 얼굴을 내민 헬로키티는 이제 TV 시리즈 등으로도 만들어지며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1세대 팬들이 부모 세대가 되고 복고 열풍이 불면서 헬로키티는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산리오가 그간 다양한 캐릭터를 시장에 내놓은 탓에 회사 전체 이익에서 헬로키티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야마구치는 앞으로도 헬로키티의 인기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야마구치는 “물론 세상에는 헬로키티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캐릭터가 많다”며 “헬로키티도 탄생 100주년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