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스노든 비밀문서 분석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하루 평균 50억건씩 전 세계인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몰래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잠재적인 테러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추적, 가공한 것이어서 위법성 논란과 함께 NSA에 대한 각국의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NSA는 여행 동반자란 뜻의 ‘코트래블러’(CO-TRAVELER)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평소 동선을 조합한 뒤 지도 형태의 문서 자료로 만들어 보관했다. 자신들이 목표한 용의자가 과거에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NSA는 휴대전화 사용자가 전화를 걸 때 통신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개인정보를 추적하거나 전 세계 수백만 곳에 설치된 무선데이터(WIFI) 접속 기록과 개별 스마트폰에 설치된 위성항법장치(GPS) 정보 등을 두루 활용했다. 전화기만 들고 있다면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신문은 당초 NSA는 이 프로그램이 미국인에 대한 위치정보 수집은 목표하지 않았지만 해외로 여행을 떠난 미국인 수억명의 정보도 ‘부수적으로’ 얻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NSA는 미래에 나타날 테러범을 추적하기 위해 당장 쓰지도 않을 이 같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저장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만 27테라바이트(1TB=약 100만MB)로 약 1억권의 장서를 보유한 미 의회도서관 출판물의 2배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10월 “과거에 휴대전화 위치 추적 프로그램을 시도했지만 수집한 기록을 분석 용도로 사용한 적은 없다”던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의 상원 청문회 증언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NSA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터와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위치정보 수집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기술 전문가 크리스 소고이언은 “위치정보를 숨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혼자서 동굴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2013-12-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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