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테이퍼링 착수…채권 매입액 월 850억→750억달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8일(현지시간) 현행 월 850억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하기로 했다.그럼에도 기준금리를 제로(0∼0.25%)에 가깝게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는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연준은 17일부터 이틀간 금융·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매달 국채 450억달러와 모기지(주택담보부채권) 400억달러 등 8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써왔으나 내년 1월부터는 이를 각각 50억달러씩 100억달러 축소하기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연준의 출구 전략이 임박했음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연준이 미국 경기 및 고용 상황 등이 개선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충격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에 본격 착수한 셈이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최근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회의 때와 똑같은 표현의 경기 진단이다.
연준은 출구 전략에 들어가면서도 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시장이 예상한 최저 수준인 100억달러로 정한 데 대해서는 고용 개선 및 경기 회복 수준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었다.
연준은 “노동 시장의 상황이 지난 몇 개월간 더 개선되고 실업률도 떨어졌으나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주택 시장 경기 회복도 지난 몇 달간 더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경제 성장과 고용 상황, 인플레이션 압박 여부 등을 예의주시해 연준 목표치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채권 매입 액수를 ‘점차’(modestly)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의 금리 상승 우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실업률이 목표치(6.55)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용 창출이 기대보다 많다는 점이 이번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 같다. 지난 3개월간 월평균 2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다른 경기·고용 지표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치권이 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해 ‘워싱턴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도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는데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손 교수는 “벤 버냉키 의장이 물러나면서 후임인 재닛 옐런 의장 지명자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양적완화 축소나 이자율 인상 등 시장이 싫어하는 일을 본인이 처리하고 나가겠다는 의지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치에는 버냉키 의장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옐런 부의장 등 FOMC 이사 11명이 찬성했다.
반면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장인 에릭 로젠그린 이사는 아직 실업률이 높고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고용 및 경기 상황이 확연하게 개선될 때까지 현행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반대표를 던졌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