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은둔생활 장기화 가능성’화상 활동’ 이어갈 듯’스노든 파일’ 다룬 기자·언론사는 성가 높여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통신정보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폭로 이후 약 1년간 공개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3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스노든의 은둔 생활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노든은 지난 1일 브라질 글로보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모스크바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인들이 어떤 식으로든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안상 거주지를 밝힐 순 없지만 놀랍도록 공개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생활에 큰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스노든은 모스크바 외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 본인은 물론 러시아 당국도 보안상 이유를 내세우며 그의 거주지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스노든은 세계 각지로부터 들어오는 기부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러시아 IT 업계에서 스노든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으나 계약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스노든의 러시아 임시 망명 기한은 오는 7월까지다. 러시아와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스노든은 브라질 등으로 망명지를 옮기기를 원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으면 러시아에 망명 기간의 연장 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
현 시점에서 스노든이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일단 미국 내에서 스노든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지난달 29일 미 NBC방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노든의 폭로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24%였지만 반대한다는 의견은 34%였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월 같은 의견을 물었을 때도 스노든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23%, 반대한다는 의견이 38%였다.
스노든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도 확고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스노든이 “기밀정보 누설이라는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우리(미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공개 석상에 나타났을 때 스노든이 살해당할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미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론 폴 전 하원의원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 내의 누군가가 스노든을 순항미사일이나 무인기 미사일로 살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스노든이 앞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은 통신망을 이용한 ‘화상 연설’ 수준에 머물 개연성이 크다.
지난 3월 스노든은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미디어·기술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인터랙티브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 ‘미국민과의 화상 대화’를 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국제앰네스티 회의, 유럽평의회 청문회에 화면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의회의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EFA) 그룹에서 스노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설령 스노든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해도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기보다 ‘화상 연설’을 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
스노든 본인은 안정적인 거주지를 찾거나 공개 토론회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있지만, 스노든의 폭로를 다룬 기자와 언론사는 성가를 높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스노든의 폭로 내용을 처음 보도한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지난해 가디언을 떠나 독립 언론매체 ‘인터셉트’로 이직했다.
이직 직전 자신이 “꿈같은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던 그린월드 기자는 스노든 이야기를 더 깊이 다룬 ‘숨을 데가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가디언은 미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스노든의 폭로 내용을 다룬 점을 인정받아 미 언론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평소 비판적 시각을 고수해 왔고 스노든을 “영웅”이라고 부른 적이 있는 미국의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스노든의 이야기를 다룬 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을 전망이다.
(브뤼셀 송병승 특파원, 모스크바 유철종 특파원, 베를린 박창욱 특파원, 시드니 정열 특파원, 런던 김태한 특파원, 도쿄 조준형 특파원, 워싱턴 강의영 김세진 특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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