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미-아프리카 정상회의서 새 구상 제시할듯 아프리카 ‘시장가치’ 주목…中확장 제동에 한계
미국 워싱턴DC에서 4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열리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미국의 대(對) 아프리카 전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窓)이다.무엇보다도 아프리카 50여개국 대표를 자국의 수도에 불러 모아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의 ‘아프리카 껴안기’ 구상을 상징한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가다.
미국의 대 아프리카 외교는 1991년 소련 붕괴를 전후해 부침을 겪어왔다. 미·소 냉전 시기에는 아프리카를 우군화하는 게 외교의 핵심과제였다. 중립지대에 머물렀던 아프리카를 지원세력으로 만들어 소련과의 대결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함께 냉전구도가 와해되면서 상대적으로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유일 강국의 지위를 누려온 미국에는 아프리카가 외교에서 소외된 영역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와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미국은 다시 아프리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제공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서 아프리카가 부각된 것이다.
이는 케냐인 부친을 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과 시기를 같이하지만, 그가 ‘마음만큼’ 아프리카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09년 가나를 찾았고 교역 확대와 개발 지원을 골자로 하는 신(新) 아프리카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을 아프리카로 향하게 하는 더 중요한 전략적 요인은 아프리카에서 날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를 무한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인식하고 막대한 투자와 원조를 무기로 공을 들여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10여일 만인 2013년 3월 첫 해외 순방지로 탄자니아·남아공·콩고공화국을 택한 것은 아프리카 중시 외교를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중국은 당시 2년간 아프리카에 2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세네갈·남아공·탄자니아를 방문하며 ‘맞불 외교’를 폈다. 미국은 이 순방을 계기로 아프리카의 전력개발에 모두 16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미 선점 효과를 누린 중국의 세 확장에 제동을 거는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재정위기를 겪은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리카 공략의 첫 단추인 원조에 많은 재원을 할당하기 어려웠다. 2009년 82억 달러에 달했던 미국의 아프리카 원조는 2011년 69억 달러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리카의 요충지에 정찰용 무인기(드론) 기지를 만들고 대(對) 테러 활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오히려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 정상회의는 아프리카를 보다 적극적으로 껴안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를 확인시키려는 ‘정치 이벤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잖아도 중동과 러시아 등지에서 대외정책 실패 논란에 휩싸인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새로운 외교적 출구를 모색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 인식 속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안보협력 강화와 경제교류 증진, 무역 활성화, 민주주의 확대, 인권 개선을 포괄하는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서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미국이 아프리카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선물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2일 “현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쓸 수 있는 ‘실탄’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과연 얼마나 알맹이 있는 지원방안을 제시하느냐가 이번 정상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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