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대 대통령 보니, 트럼프 인종차별은 양반

미국 역대 대통령 보니, 트럼프 인종차별은 양반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19-08-01 09:50
수정 2019-08-01 09: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월드 Zoom in]미국 인종차별 대통령 흑역사

제퍼슨 “흑인 나쁜 냄새로 저주”
女노예에 지속적 성관계 강요도
잭슨 “도망노예 매질하면 보상”
윌슨 백악관서 KKK 찬양 영화
닉슨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
레이건 “원숭이들 신발 불편해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주의회 설립 400주년을 맞아 제임스타운을 방문하기 직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흑인이 많은 선거구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칭하는 등 잇단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미지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엿새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기 직전인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북한과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워싱턴 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엿새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기 직전인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북한과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워싱턴 신화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AP통신이 소개한 역대 미 대통령들의 인종주의 흑역사를 살펴보면, 트럼프보다 인종차별적인 대통령이 수두룩했다는 걸 알게 된다. 버지니아주는 미국에 유럽 이주민과 함께 아프리카 노예도 처음 도착하며 노예제 역사가 시작된 땅이다. AP통신은 이런 버지니아 주의회 설립 기념일을 맞아,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전후 논평과 정책결정에서 보여준 공적·사적 행동 중 당시에나 지금이나 인종주의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례를 소개했다.

조지 워싱턴(초대)부터 재커리 테일러(12대)까지 초기 대통령 대부분은 흑인 노예를 소유했으며, 원주민(인디언)과 아프리카계, 라틴계 사람들이 투표권이나 배심원 자격을 갖지 못하던 시절 권력을 장악했다. 학자나 인권 지도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대에 흔했던 인종차별적 견해는 되풀이됐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문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저서에는 흑인이 “매우 강하고 기분나쁜 냄새로” 저주 받았으며, 예술이나 시를 창작할 능력이 없다고 썼다. 그는 노예제가 부도덕하다면서도 노예를 소유했고, 역사가들에 따르면 흑인 노예 중 한 명과 성관계를 지속하기도 했다. 제퍼슨은 저서에서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면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썼다. 노예를 해방하면 흑인과 백인이 평화롭게 함께 살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Woodrow Wilson
Woodrow Wilson 미국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1916년 워싱턴에서 열린 야구 경기에서 시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도 남부 출신 노예 소유주였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인 1804년엔 도망친 노예 한 명 당 50달러를 줄 것이며, 노예에게 매질을 하면 300대까지 100대 당 10달러씩 더 준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는 노예 150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어느 누구도 해방시키지 말라는 유언까지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조지아주에서 체로키 원주민을 강제로 제거하며 수천명을 죽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체국장이 수정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노예제 반대 출판물을 압수한 것을 묵인하기도 했으며 출판물들을 “반 헌법적이며 사악한 것”이라고 했다.

우드로 윌슨(28대) 대통령은 버지니아 태생으로 프린스턴대 총장 재직 당시 흑인의 입학을 금지했다. 그는 일부 흑인의 지지 덕분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집권 뒤 그와 민주당은 공무원 조직의 인종분리 정책을 뒤집는 것을 거부했다. 윌슨은 1915년 백악관에서 KKK를 영웅시하는 인종차별 영화 ‘국가의 탄생’을 상영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백인 폭도들이 흑인을 무차별 공격한 1919년 ‘붉은 여름’ 당시에도 폭력에 반대하는 논평을 하긴 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 연방정부의 자원을 사용하진 않았다.
이미지 확대
Lyndon B. Johnson, George Meany
Lyndon B. Johnson, George Meany 미국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왼쪽)이 1967년 11월 9일 뉴욕 쉐라톤 호텔에서 유대인 노동위원회 인권상 시상식에 참석해 과자를 먹으며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존 F 케네디 암살 뒤 대통령직을 맡은 린든 존슨(36대)은 전임자가 추진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민권 법안을 이어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사적인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엔 존슨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자신이 요직에 임명한 흑인을 묘사하며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다.
이미지 확대
Richard Nixon, Sammy Davis Jr., Bob Hope
Richard Nixon, Sammy Davis Jr., Bob Hope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1973년 5월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송환포로 초청 행사에서 흑인인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를 끌어안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존슨의 후임자 리처드 닉슨 역시 사적인 대화 중 인종차별적 비방을 자주 했다. 그는 “우리는 하찮은 검둥이 녀석들(little Negro bastards)을 가구 당 2400달러에 달하는 복지 대상자 명부에 더 많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종종 유대계, 멕시코계, 이탈리아계,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에게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 닉슨의 이런 발언은 존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십년 뒤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이미지 확대
Ronald Reagan
Ronald Reagan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1988년 1월 1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공항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며 미식축구공을 취재진을 향해 던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40대) 전 대통령이 197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닉슨과 통화 중에 “아프리카에서 온 원숭이들을 보기 위해, 빌어먹을”이라면서 “그들은 아직도 신발을 신는 걸 불펴해한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엔 그가 아프리카 유엔 대표부를 “식인종”이라고 부르는 것도 녹음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