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세계 외교무대 중심축으로
인도의 새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모디는 2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에게 오는 26일 열리는 자신의 총리 취임식에 참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양국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4차례나 큰 전쟁을 치렀다. 가디언은 “힌두 민족주의자 모디가 이슬람 보수주의자 샤리프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 것만으로도 ‘담대한 제안’이자 ‘대단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히말라야에서 인도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모디에게 협력 관계를 맺자고 요청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서방 언론이 모디가 국수주의를 내세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슷하다며 ‘인도판 아베’라고 부르지만 오히려 ‘인도판 닉슨’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모디를 1972년 중국에 처음 방문해 미·중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치켜세운 것이다.
모디 당선에 반색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모디의 첫 해외 방문지가 일본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은 인도와 원자력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과 해상 자위대 구난 비행정 ‘US2’ 및 신칸센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디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일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아베 1기 내각 때도 일본을 찾았다.
모디가 환영받는 이유가 단지 13억 인도의 새 지도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디 세력은 이번 총선에서 543석 중 337석을 차지했다. 인도의 외교 전문가 라자 모한은 “강력한 정치력을 확보한 모디는 편협한 힌두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유연한 외교를 펼칠 공간을 확보했다”며 “각국이 이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은 또 ‘모디노믹스’로 불리는 친기업 정책이 펼칠 거대한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인 인도는 25세 미만 인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역동적이며, 소프트웨어 산업도 첨단을 달리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5-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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