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중국인 30만명 학살’용서하지만 잊지 않는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可以寬恕, 但不可以忘却),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前事不忘, 后事之師)”중국 장쑤(江蘇)성 성도인 난징(南京)시 ‘난징대학살희생동포기념관’(이하 난징학살기념관)에 쓰여 있는 글귀다.
동북아역사재단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기자는 28일 낮 난징학살기념관을 찾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에서 만나는 동아시아’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를 비롯해 5개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27일부터 31일까지 장쑤성 난징, 전장(鎭江), 양저우(揚州),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등을 답사하는 일정을 제공했다.
장쑤성과 산둥성 일대 항일 유적지와 일제 만행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이번 답사의 주요 목적이며, 난징학살기념관은 답사지 가운데 한 곳이다.
난징시 서쪽 외곽에 자리를 잡은 난징학살기념관은 중일전쟁 당시 일제가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 13일부터 다음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3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중국지역 일본군 총사령관이었던 마쓰이 이와네(松井石根) 휘하의 일본군인들은 난징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산 채로 매장하거나, 휘발유를 뿌려 태우는가 하면 ‘칼로 베기 시합’을 해 죽이는 등 잔학한 방법으로 학살을 자행했다.
1985년 8월 15일 문을 연 난징학살기념관은 일본군이 ‘중국판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비극의 현장에 세워졌다. 두 차례 증축을 거친 이 기념관은 건축면적이 2만5천 ㎡, 전시면적이 1만2천 ㎡에 이른다.
난징학살기념관은 ▲전시관 2곳과 유골전시관 2곳 ▲파괴된 도시와 살해된 사람들을 상징하는 부조물인 금릉겁난(金陵劫難) ▲고통을 겪는 난징시민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한 부조물 ▲난징대학살 당시 생존자 222명의 족적을 탁본해 만든 동판조각로 ▲희생자의 명단을 판각한 벽인 ‘통곡의 벽’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300000’이라는 숫자였다. 금릉겁난을 비롯한 전시물 곳곳에는 ‘300000’이라는 숫자가 새겨 있었다. 대학살 희생자 30만 명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의미다.
12초 간격으로 물방울이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지도록 음향시설을 갖춘 전시 공간도 있었다.
난징대학살 당시 12초마다 한 명씩 살해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또 난징시민의 유골이 집단으로 발굴된 곳에 만들어지진 ‘만인갱’(万人坑)이라는 전시공간도 있었다. 유골은 무려 7단계로 층층이 쌓여 있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다.
취재진을 안내한 현지 교포 신경란 씨는 “일본군이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난징시민 30만 명을 무참하게 학살했다”면서 “난징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반일 의식이 강한 지역이며, 일본인도 난징에 오면 대놓고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7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난징 시민은 결코 일제의 만행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 취재진이 찾은 이날도 기념관에는 난징시내 초·중·고생은 물론 노인들까지 수많은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중국 정부도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일(12월 13일)을 올해 처음으로 법정 국가기념일(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난징대학살을 기념하고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 2월에는 외신기자들을 난징으로 초청해 일제 만행을 고발했다. 또 지난 9월부터 난징대학살 생존자 100인의 증언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난징시 정부는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 독본(讀本)’이라는 단행본 교재를 처음으로 제작해 지난 학기부터 초등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일본이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등 ‘과거사 역주행’을 하는 데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3월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70여 년 전 일본군국주의가 중국 난징시를 침략해 30여 만명의 중국군·민을 도살하는 전대미문의 참상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난징대학살기념관에 걸린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는 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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