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영도력… 그의 사상 배우자”
중국 외교부 수장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4000자 분량의 기고문을 싣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중국 외교부 수장인 왕이(王毅) 외교부장
왕 부장은 지난 1일 발행된 구시 최신호에 게재한 ‘(중국 외교가) 새로운 장을 쓰다, 새로운 길을 가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시 주석의 이름을 11차례 언급하며 시 주석이 주창한 외교 이념과 성과를 극찬하고 시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해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은 시 주석의 정확한 영도 아래 중국 외교가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데 보다 유리한 외부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 무대에서 책임지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발휘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신실크로드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아시아 안보관’ 등을 주창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 주석의 외교 사상을 열심히 배우고, 최근 (시 주석 주재로) 열린 (2차) 외사공작회의(외교업무회의) 정신을 깨우쳐 중국의 주권, 안전, 그리고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며 시 주석의 외교 이념을 거듭 강조했다.
왕 부장이 지난해까지 발표한 기고들은 문장 끝에 시 주석의 말을 일부 언급했을 뿐 이번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시 주석을 높이는 데 치중한 것은 처음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이와 관련, “왕 부장이 낙마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부장 등과 상관없음에도 ‘충성맹세’를 한 것은 시 주석이 반부패를 이용해 외교부에 대해서도 대파대립(大破大立·크게 부수고 크게 세우다)식 인사를 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반부패로 일인지배 체제를 수립하면서 군대 내 구세력을 쳐내고 자신의 사람들을 심고 있는 것처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시절 형성된 현 외교부의 권력 구도가 대폭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외교부가 링지화의 측근으로 통하던 장쿤성(張昆生) 부장조리(차관급)를 내부 조사로 척결하고 이를 자진 공개한 것도 외교부의 자체 정화 시스템을 강조하는 식으로 반부패를 앞세운 외부 조정에서 비켜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둬웨이는 “중국 외교부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언급했듯 ‘침으로 찌를 수도, 물을 끼얹을 수도 없는 독립왕국’과 같은 무풍지대였지만 시진핑이 외교부 내 권력 구도를 바꾸려고 마음먹은 이상 앞으로 일대 풍파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5-01-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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