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류샤오보…“부인 류샤는 가택연금”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류샤오보…“부인 류샤는 가택연금”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7-16 22:10
수정 2017-07-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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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류샤오보 사망 이틀 만에 화장

유골함 통째로 바닷속에 넣어
물리적 추모공간 사라지는 셈
“류샤 연락 끊긴 채 우울증 극심”


서방 “잔혹하고 냉담한 쇼” 비판
홍콩선 기념관 건립 방안도 추진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는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시신은 사망 이틀 만에 급하게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으며, 부인은 더 심한 당국의 감시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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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투병 끝에 지난 13일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오른쪽)와 유족들이 15일 랴오닝성 다롄시 앞바다에서 류샤오보의 유해가 담긴 유골함을 바다에 넣고 있다. 유해는 바닷속에서 자연스럽게 뿌려지도록 되어 있다.  다롄 AFP 연합뉴스
간암 투병 끝에 지난 13일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오른쪽)와 유족들이 15일 랴오닝성 다롄시 앞바다에서 류샤오보의 유해가 담긴 유골함을 바다에 넣고 있다. 유해는 바닷속에서 자연스럽게 뿌려지도록 되어 있다.
다롄 AFP 연합뉴스
류샤오보의 형 류샤오광은 지난 15일 중국 당국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오전에 동생의 시신을 화장하고 정오쯤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고 밝혔다. 류샤오광은 “동생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배려를 해 준 당과 정부에 감사드린다”면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는 건강이 좋지 않아 기자회견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류샤 등 유족들은 유해가 담긴 유골함을 통째로 바다에 넣어 바닷속에서 자연스럽게 유해가 뿌려지는 방식으로 해장(海葬)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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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줄에 매달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류샤오보 유골함. 다롄 AP 연합뉴스
사진은 줄에 매달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류샤오보 유골함.
다롄 AP 연합뉴스
그러나 “류샤오광을 제외한 다른 유족들은 화장과 유해를 바다에 뿌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으며, 교도통신도 “류샤가 유해를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류샤오광은 류샤오보의 반체제 활동에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보의 친구들과 지지자들은 “당국이 류샤오보의 흔적을 영원히 지우기 위해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해가 바다에 뿌려지면서 류샤오보를 직접 추모할 물리적인 공간을 잃게 됐다.

장례 절차는 당국의 철저한 통제 속에 서둘러 진행됐다. 선양시 측은 화장에 앞서 고인을 보내는 의식에 친구들이 왔다고 했으나 당국이 공개한 의식 사진에 친구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 담당자 니콜라스 베클린은 “내가 본 가장 잔혹하고 냉담한 쇼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관영매체들은 류샤오광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서방의 비판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만족보다 가족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면서 “외부 세력은 이 사건에 대해 멋대로 지껄일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300년간 서구의 지배가 필요하다’라는 류샤오보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피해망상적이고, 무지하며, 오만한 사람이었다”고 비난했다.

한편 부인 류샤의 출국을 허용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선양시 신문판공실은 “중국 정부는 그녀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출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샤가 외부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채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서 “현재 선양을 벗어나는 것이 금지된 채 가택연금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본토에서 류샤오보를 추모할 수 없게 되자 홍콩에서의 추모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5일 밤에는 2500여명의 홍콩 시민이 촛불 행진을 벌였으며, 중국 연락사무소 앞에 설치된 임시 추모소를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홍콩에 류샤오보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7-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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