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여론전의 첨병 ‘RT’ CNN·BBC 위협한다

러 여론전의 첨병 ‘RT’ CNN·BBC 위협한다

입력 2014-06-04 00:00
수정 2014-06-0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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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4시간 뉴스채널 RT(러시아투데이)의 성장세가 무섭다. RT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 입장을 가장 충실히,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러시아 국영 방송사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3일 RT가 지난해 유튜브에서 방송사 최초로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하고 올해는 12억건을 넘어서는 등 미국 CNN, 영국 BBC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T는 CNN, BBC 등 영미권 매체가 독점한 전 세계 뉴스 시장에서 러시아 여론전(戰)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국 10년 만에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6억명이 시청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미국에서는 BBC에 이어 가장 많이 보는 외국 방송으로 떠올랐으며 특히 대학생 등 젊은층이나 도시민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도 국내외 방송을 통틀어 BBC, 스카이뉴스, 알자지라 다음으로 인기 있는 채널이다.

RT는 러시아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RT 등 국영 언론에 매년 1억 3600만 달러(약 1392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2005년 개국 당시 직원이 300명에 불과했던 RT는 현재 미국 워싱턴DC와 뉴욕, 영국 런던, 인도 델리, 이집트 카이로, 우크라이나 키예프 등에 지국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어,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서비스 중이며 조만간 독일어 서비스도 선보인다. 미국의 소리(VOA) 등을 운영하는 미국 방송이사회는 2010년 RT를 언급하며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영 언론인 RT는 사실상 국가의 지휘 통제 아래 있다. 알렉세이 그로모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이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설립 당시 25세의 나이로 보도국장에 오른 마르가리타 시모니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했다.

RT 소유 비디오 뉴스 공급업체 ‘Ruptly’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며 영향력을 키웠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뉴스 영상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다른 업체보다 더 싼 가격에 비디오를 공급해 유럽 각국 방송들이 선호하고 있다.

뉴스위크 등 서방 언론들은 RT가 푸틴의 선전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유라시아연구소 교수는 “푸틴에 호의적인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랍권의 알자지라처럼 하나의 대안 언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4-06-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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