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에 독일 비엘레펠트 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어 갖가지 음모론을 확산시킨 주범(?) 아킴 헬트가 이 도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면 100만 유로를 지급한다는 포스터를 든 채 웃고 있다.
마케팅 업체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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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 도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이에게 100만 유로(약 13억 4000만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영국 BBC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25년 동안 이어져 온 이 도시를 둘러싼 음모론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음모론의 시작은 1994년에 한 학생이 독일의 문자메시지 서비스 유스넷(Usenet)에 “비엘레펠트? 그딴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적은 것이 시작이었다. ARD 방송에 따르면 북부 항구 도시 키엘에 살던 정보통신(IT) 전공 대학생 아킴 헬트가 어느날 파티에서 비엘레펠트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그런 도시 이름 처음 들어봤다니까 모두들 놀라워했다.
호기심이 인 헬트는 그 도시를 찾아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엘레펠트로 진입하는 도로는 한창 공사 중이라 자꾸 우회하라는 표지판들과 마주쳤다. 해서 헬트는 앞의 문장을 유스넷에 농담 삼아 적은 것이었다.
유스넷은 우리로 치면 하이텔 통신과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이라 이 문자메시지가 확산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 글은 여러 갈래의 음모론으로 번져나갔고 세월이 많이 흘러 모두가 다 아는 우스갯소리로 독일인의 뇌리에 자리잡았다.
2012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베를린의 한 시상식에 참석해 비엘레펠트에서 열린 이벤트에 참석한 일이 있다고 돌아본 뒤 “고로 비엘레펠트는 존재한다”고 농을 할 정도였다. 청중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고 메르켈 총리는 “내가 거기 가봤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바라건대 다시 가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최 측은 납세자 주머니를 축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걱정됐는지 상금 전액은 마케팅 업체의 후원사들이 충당할 것이며 아마도 수상자가 나올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금요일마다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집회를 열어온 이 도시의 환경단체들은 이번 이벤트를 본떠 기후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이에게 역시 100만 유로를 주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독일 비엘레펠트 시에는 여느 다른 독일 도시처럼 올드 마켓이 있다.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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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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