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민들 ‘고난의 행군’ 시작
외환 6310억 달러 60% 해외 묶여
ATM 인출·달러 환전 인파 몰려
지하철·버스 카드 결제도 막힐 듯
모스크바 시민 “정부 못 믿는다”
러, 외국인 투자자 자산 회수 제한
EU총회 참석한 우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아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유럽의회 특별총회에 영상통화로 참석한 가운데 회의장 곳곳에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쓰인 문구가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고 특별 절차를 통한 승인을 요청했다.
브뤼셀 AFP 연합뉴스
브뤼셀 AFP 연합뉴스
이날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 지난 주말 이후 러시아 전역의 은행 자동화기기(ATM)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인파가 몰렸다. 모스크바 시민 안톤 자하로프(45)는 “우리는 1990년에도 국가 부도 사태로 인한 대재앙을 겪은 적이 있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러시아 경제의 ‘고난의 행군’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서방이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루블화 가치는 30% 가까이 고꾸라졌다. 증권시장과 선물시장은 폭락 우려로 28일에 이어 1일에도 열리지 않았다. 러시아 대중교통부는 “국영은행이 대러 제재 대상에 올라 버스와 지하철 요금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러시아는 많은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물가 폭등으로 국민 생활수준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업체 대표인 크리스 위퍼는 “이번 제재는 보통의 러시아인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동유럽 병력 늘리는 나토
지난 28일 프랑스 안시에서 출발한 프랑스군 병사들이 루마니아 동부의 흑해 항구도시 콘스탄차에 도착해 C130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동유럽 지역에 군사력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 제공 AFP 연합뉴스
프랑스 국방부 제공 AFP 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의 우회 지원 가능성까지 차단하고 나섰다. WSJ는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나 기타 국가가 대러 제재에 반하는 활동을 하면 그들 또한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며 “이번 제재는 중국을 향해 ‘대만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타산지석의 의미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러시아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로 루블화 환율 안정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역업자들에게는 “갖고 있는 외화의 80%를 사흘 안에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미 국방대학의 로버트 퍼슨 교수는 “루블화가 무너지면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황이 빠르게 밀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03-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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