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순방때 연이틀 정상회담 거론…8·15행보 주목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대외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잇달아 한국, 중국과의 정상회담 희망을 피력해 주목된다.동남아 순방에 나선 아베 총리는 지난 26일 싱가포르에서 행한 강연에서 한국에 대해 “일본과 더불어 미국의 동맹국으로 지역 안보의 토대를 이루는 관계이며 경제도, 문화도 함께 걸어가는 관계”라고 규정한 뒤 “정상간, 외무장관간에 흉금을 터 놓고 대화하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에게 중요한 이웃나라인 중국의 정상과 친근하게 대화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27일 동남아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필리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전제한 뒤 “현재 외교 당국간에 의사소통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지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며 “정상회담이 가능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도 “이웃나라일수록 다양한 문제가 생기지만,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식하고 서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건 없이 가능한 한 빨리 외무장관·정상 수준의 회의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연이틀 한국,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작심하고 한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인식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 승리 후 국내외에서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는 등 우파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부임 이후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고 있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방치한채 8·15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시작으로 한 ‘우경화 질주’를 본격화할 생각이라면 해외에서 연이틀 한국, 중국을 향해 정상회담 제안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일본 주류 언론들도 경제 현안에 주력하기 위해 불필요한 외교갈등을 만들지 말라는 논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결국 정상회담을 거론한 아베 총리의 진정성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내달 15일이 지나봐야 판단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지난 4월 야스쿠니 참배를 문제삼으며 윤병세 외교장관의 일본방문을 취소한 한국은 물론 중국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양국관계를 최악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일본에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에 앞서 현재 일본이 타진 중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의 중국 방문과 그에 따른 중일간 차관급 협의가 성사될지 여부도 아베의 주변국 외교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만약 야스쿠니 문제 등으로 인한 큰 갈등 없이 8월을 보내게 된다면 다음달 5∼6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일 정상간 ‘상견례’의 장이 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G20기간 한일간에 회의장에서 갖는 즉석 회동 형태의 약식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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