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위안부 강제성 인정’ 고노담화에 대한 공세도 거세질 듯
아사히(朝日)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기사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 관한 기사를 취소한 것에 대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아사히신문은 이들 기사에서 군 위안부 동원과 원전 사고 대응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오보로 일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역풍을 맞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2일 10개 면에 관련 기사를 싣고 비판했다.
우선 원전 사고 상황에서 근무자가 명령을 어기고 철수했다는 기사로 외국에까지 파문이 일었는데 결국 기사의 근간이 잘못된 것이었다며 철회는 당연한 판단이라고 사설을 실었다.
또 아사히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기사의 정정이 늦었다는 것을 사죄했지만, 보도가 일본의 국익에 큰 영향을 준 것을 생각하면 너무 늦어 의미가 없다고 혹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사히신문의 기사가 악조건에서 일한 원전 작업원의 명예를 훼손했고 신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기무라 다다카즈(木村伊量) 아사히신문 사장과 스기우라 노부유키(杉浦信之) 이사가 원전 사고에 관해 다룬 기사가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고 답한 것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산케이는 아사히신문이 원전 사고 때 근무자 철수했다는 보도의 근거로 다룬 ‘요시다 조서’를 자사가 입수해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후 비슷한 보도가 이어졌다고 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보도를 포함한 ‘2대 특종’ 기사 때문에 아사히신문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가와 하지메(小川一) 마이니치(每日)신문 편집편성국장은 아사히신문이 “정정도 사죄도 빨리” 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을 담은 이케가미 아키라(池上彰) 씨의 칼럼 게재를 거부한 것이 사장의 퇴진 압박까지 부른 결정타였다며 이번 사건의 저널리즘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12일 지면에 밝혔다.
그는 “많은 매체가 지나치게 아사히신문 비판을 반복·확산하고 있다”며 언론인은 감정적이고 이해관계에 치우친 비판을 하기보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권에서도 아사히신문과 고노(河野)담화에 관한 공격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1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오보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명예가 손상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은 아사히신문 기자가 ‘요시다 조서’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의 국어 능력을 지닌 것인가”, “아사히신문의 입사 시험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상당한 국어 능력이 없으면 채용되지 않는 게 아니냐”고 11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꼬았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조회장은 “전임 정조회장의 방침을 이어간다”며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국회 소환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보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한 아사히신문은 ‘2차 대전 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끌고 왔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증언이 거짓으로 판단된다면 지난달 초 그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취소했다.
또 이 신문은 2011년 3월 15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근무자의 90%에 해당하는 약 650명이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2013년 7월 사망) 당시 제1원전 소장의 명령을 어기고 10㎞ 떨어진 제2원전으로 철수했다고 올해 5월 보도했다.
이 보도는 일본 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가 요시다 소장의 답변을 정리한 이른바 ‘요시다 조서’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산케이(産經)신문 등이 요시다 조서를 확인한 결과 요시다 소장이 “제2원전으로 간 것이 훨씬 올바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그가 부하들이 제2원전으로 간 것에 대해 ‘명령위반’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11일 요시다 조서를 공개했고 아사히신문은 자사의 보도가 잘못됐으니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기무라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요시다 조서 관련 보도는 물론 일본군 위안부 기사 취소가 너무 늦게 이뤄진 점을 함께 사과하고 사태 수습 후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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