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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에서 나카무라 박사가 탑승한 차량이 무장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나카무라 박사는 숙소에서 20㎞ 떨어진 관개공사 현장에 가던 길이었다. 다른 다섯 명은 곧바로 숨졌고, 나카무라 박사도 가슴 오른쪽에 총상을 입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수도 카불 병원으로 옮겨지기 위해 간 공항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1946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4년 의사 자격을 따자마자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나병 환자를 돕기 시작해 2년 뒤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가 두 나라 국경을 오가며 의술을 펼쳐왔다. 낭가르하르에서 처음 클리닉을 설립한 뒤 비영리 기국 평화 일본 메디컬 서비스(PMS)를 설립했다. 1998년에는 페샤와르에 병원을 설립했다.
절정에 이르렀을 때 PMS는 열 군데 클리닉을 운영했으며 나병 환자들과 난민들을 돌봤다. 아프가니스탄에 심각한 가뭄이 닥친 2000년부터는 관개용 수로 건설과 나무 심기 활동에도 앞장섰다.
2003년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으로부터 막사이사이 상을 수여받는 나카무라 데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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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박사가 속한 일본 구호단체 ‘페샤와르-카이’(Peshawar-Kai) 측은 “단순 강도인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이번 테러의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가 활동 중인 아프간에서는 때때로 구호 기관과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4년 재팬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전을 도모하려고 매일 출근 길을 달리해 한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적을 만들지 않고 모든 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날 보고 원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만들더라도 사람들이 내가 그곳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실 대변인 세디크 세디키는 “정부는 가장 위대한 친구인 나카무라 박사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공격을 통렬히 비난한다”며 “고인은 아프간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애도를 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구호 활동가가 공격의 타깃이 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아프간 지원 임무(UNAMA)는 이런 공격에 “메스꺼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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