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중동지원금 인도적 성격 강조…제3국·종교단체의 협력 모색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으로 추정되는 괴한이 일본인을 살해하겠다고 밝힌 시한이 다가오면서 인질을 구하려는 시도가 시간과의 싸움 국면을 보이고 있다.일본인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 씨와 고토 겐지(後藤健二·47) 씨를 억류한 괴한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72시간 내에 2억 달러를 몸값으로 내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시점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가 해당 영상을 확인한 시점인 20일 오후 2시 50분이 괴한이 언급한 72시간의 기점으로 봐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인질을 억류한 세력이 실제로는 이보다 빨리 동영상을 공개했더라도 일본 정부가 해당 동영상을 확인하기 전에는 제한 시간이 소모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72시간이 종결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인질을 억류한 세력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만약 그렇더라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태 대응을 지휘하기 위해 21일 오후 5시 10분을 조금 넘겨 도쿄의 총리관저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46시간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관계 각료 회의를 시작하기 직전에 “시간과의 긴박한 싸움”이라고 언급한 것에서 정부의 초조함을 엿볼 수 있다.
현재 표면상 드러난 일본 정부의 대응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괴한이 인질극의 이유로 거론한 일본 정부의 중동 지원 구상이 이슬람교도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인도적인 차원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공개한 2억 달러 지원 구상은 IS 대책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는데 괴한은 이를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고 이슬람교도의 집을 파괴하는 데 쓰이는 돈’, ‘IS의 확대를 막고 이슬람 전사와 싸울 종교적 배반자를 양성하는 데 쓰일 돈’이라고 규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억 달러가 피란민에게 식량과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는 등 비군사적 용도, 인도적인 용도로 쓰인다는 점을 회견 때마다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지원금의 성격을 국제사회의 여러 경로를 통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IS 측에 ‘당신들이 무고한 이를 인질로 잡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이들이 국제 여론의 압박을 느끼게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종교단체의 지도자가 현지 부족장, 제3국 등을 통해 억류 세력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요르단 국왕인 압둘라 2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에게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도움을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과격 세력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을 통해 사태 해결을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괴한의 요구 사항인 몸값을 지급할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고 있지 않다.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연상시키는 원칙론을 반복하고 있으나 몸값을 내는 구상에 대한 의견이 어떤지, 혹은 몸값을 내는 것은 테러에 굴하는 것인지 등의 질문에는 딱 부러지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동영상 외에 인질을 억류한 세력으로부터 연락이나 접촉이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설령 물밑에서 몸값 협상을 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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