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동승남녀 사망사고에 불붙은 이란 빈부격차 논쟁

포르셰 동승남녀 사망사고에 불붙은 이란 빈부격차 논쟁

입력 2015-05-01 10:19
수정 2015-05-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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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사고가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 촉발”

이른 새벽 이란 테헤란의 3차로 위를 노란 포르셰 박스터 GTS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렸다.

포르셰는 6기통 엔진의 거친 포효와 함께 텅 빈 거리에서 단숨에 시속 120마일(193㎞)로 키우더니 한순간 균형을 잃고 도로 경계석과 가로수를 세차게 들이받았다.

사고로 운전자인 젊은 여성은 즉사했고, 조수석에 있던 젊은 남성은 몇 시간 후 숨졌다.

며칠 전 발생한 이 불운한 교통사고가 이란에서 최근 심화하고 있는 빈부격차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 이후 도로 위에 처참하게 부서진 포르셰의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고, 곧 사망자들의 신원도 공개됐다.

생전 처음으로 포르셰를 몰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빈민 지역 출신의 아름다운 20세 여성 파라바시 아크바르자데였고, 조수석 탑승자는 신흥부자인 성직자의 손자로 차 주인이기도 했던 22세의 모하마드 호세인 라바니시라지였다. 그는 다른 여성과의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

사고에 대해 이란 사람들이 보낸 반응은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생전의 아크바르자데가 달러 표시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와 함께 찍은 그녀의 인스타그램 사진에는 “꼴보기 싫은 것이 없어져서 속이 시원하다” “보통 사람들 속에 불을 지르더니, 결국 불구덩이에 들어가게 됐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이 한 건의 사고가 최근 이란에서 증가하는 부패와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유력가의 자제들이 엄격한 이슬람 율법은 남의 일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경제제재에 따른 경제난으로 1%의 신흥 부자들만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이란에서 포르셰와 같은 고급차는 빈부격차 확대의 상징이 됐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선택 받은 일부 집안 좋은 사람들에게 기름과 달러, 금 판매권을 줬고, 막대한 부를 쌓은 이들 중개인들은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며 부패 문화를 확산시켰다.

이들이 충성심의 표시로 거친 턱수염을 고집하는 동안 그들의 자녀들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명품 쇼핑을 하고 고급차를 끌고 다니며 거리에서 여자들을 유혹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 물가가 급등해 자동차 소비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2009년 이후 10만 대 가량의 고급차가 수입됐다.

언론인 나데르 카리미 조니는 “신흥 부자들은 사회적인 규칙을 경멸하며 다르게 옷을 입고, 다르게 행동한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과시하며 다른 이들을 비웃는 것을 즐긴다”며 사람들이 사고에 분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크바르자데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수천 건의 댓글들은 그녀가 하류층 출신인 것을 지적하며 ‘졸부’나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몇몇은 안타깝게도 테헤란에서 젊고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결혼하려면 부잣집 아들들과 어울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신에게 감사하게도 이 세상에는 돈과 부의 분배에서 정의가 사라졌지만 죽음에는 정의가 있다”며 “삶에 아무 희망이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처럼 젊고 돈 많은 사람들 역시 죽음을 피해갈 수 없도록 한 신의 정의로움을 사랑한다”고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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