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 입고 갓 쓴 예수님, 선녀가 된 천사

도포 입고 갓 쓴 예수님, 선녀가 된 천사

입력 2010-01-19 00:00
수정 2010-01-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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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를 살다간 영국인 존 버니언(John Bunyan.1628-1688)은 ‘순례여행’(The Pilgrim‘s Progress)이라는 기독교 종교 우화소설을 낸다.이 소설은 19세기 말인 1895년 게일(G.S.Gale.奇一) 선교사에 의한 한글 번역본으로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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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이 그린 천로역정 삽화      (서울=연합뉴스) 영국인 존 버니언(John Bunyan.1628-1688)의 ‘순례여행’(The Pilgrim’s Progress)을 1895년 게일(G. S. Gale. 奇一) 선교사가 한글로 번역한 ‘텬로력뎡’에 수록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삽화 중 하나. 이 소설 주인공 크리스천이 아름다운 궁전에 사는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무장한 후 멸망의 도시의 주인인 아폴리온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크리스천을 한국인 모습으로, 아폴리온을 서양의 악마 모습으로 묘사했다.
기산이 그린 천로역정 삽화
(서울=연합뉴스) 영국인 존 버니언(John Bunyan.1628-1688)의 ‘순례여행’(The Pilgrim’s Progress)을 1895년 게일(G. S. Gale. 奇一) 선교사가 한글로 번역한 ‘텬로력뎡’에 수록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삽화 중 하나. 이 소설 주인공 크리스천이 아름다운 궁전에 사는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무장한 후 멸망의 도시의 주인인 아폴리온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크리스천을 한국인 모습으로, 아폴리온을 서양의 악마 모습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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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이 그린 천로역정 삽화      (서울=연합뉴스) 영국인 존 버니언(John Bunyan.1628-1688)의 ‘순례여행’(The Pilgrim’s Progress)을 1895년 게일(G. S. Gale. 奇一) 선교사가 한글로 번역한 ‘텬로력뎡’에 수록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삽화 중 하나. 오른쪽 그림에서 기름을 불에 붓는 이가 예수인데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인물로 묘사했다. 그 왼쪽 그림에서 이 소설 주인공인 크리스천과 천사 역시 고전적인 한국인 모습이다.
기산이 그린 천로역정 삽화
(서울=연합뉴스) 영국인 존 버니언(John Bunyan.1628-1688)의 ‘순례여행’(The Pilgrim’s Progress)을 1895년 게일(G. S. Gale. 奇一) 선교사가 한글로 번역한 ‘텬로력뎡’에 수록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삽화 중 하나. 오른쪽 그림에서 기름을 불에 붓는 이가 예수인데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인물로 묘사했다. 그 왼쪽 그림에서 이 소설 주인공인 크리스천과 천사 역시 고전적인 한국인 모습이다.


 제목은 ’쳔로력뎡‘,즉,천로역정(天路歷程)이었다.

 영어 원서에는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삽도가 곳곳에 있다.그렇다면 이런 삽도가 이 한국어 번역본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았을까? 아예 빼버렸을까? 아니면 원화 그대로 수록했을까? 게일 번역본은 이도 저도 아닌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독자가 한국인이니 그에 걸맞은 모습으로 삽도를 재창조했다.

 이 일은 조선의 마지막 풍속화가로 저명한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이 맡았다.

 이들 삽화 중 제11화.기름을 불에 붓는 예수를 그렸다.한데 이 예수님 의상이 볼만하다.도포를 입고 갓을 썼다.

 그 다음 제12화에는 천사가 등장한다.이 천사 날개 대신에 너울대는 옷 자체가 날개다.선녀가 천사로 둔갑한 것이다.

 제19·20화는 ’쳔로력뎡‘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아름다운 궁전에 사는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무장한 다음,멸망의 도시 주인인 아폴리온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이에서 갑옷 걸치고 방패를 든 크리스천은 영락없는 한국군 장수이며,아폴리온 또한 전반적으로 서양 악마 냄새를 풍기긴 하지만,어딘지 모르게 한국 색채가 짙다.

 이런 삽도가 게일 번역본에는 총 42장이 수록됐다.

 무턱대고 외래종교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현지 사정에 맞게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하고자 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하기야 이 땅에 푸른 눈의 서양신부가 나타났을 때,많은 조선인이 그들을 일컬어 ’진인‘(眞人)이라 부르면서,정감록에서 예언한 그 진인과 결부하지 않았던가? 기산의 삽도를 수록한 ’텬로력뎡‘은 현재까지는 오직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관장 최병현)에만 1종 남아있다.

 이 박물관이 기산 삽화 42장을 해제한 영인 도록을 최근 발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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