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ㆍ케이블 오디션 프로 10여개..’6월 전쟁’ 예고
말 그대로 전쟁이다.지난해 엠넷(Mnet) ‘슈퍼스타 K’ 시즌 2에서 시작된 오디션 열풍이 방송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지상파ㆍ케이블 방송사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봄철 프로그램 개편이 마무리되는 6월이 되면 국내에서 방송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줄잡아 10여개에 달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대체할 예능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방송사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금ㆍ토ㆍ일요일은 ‘오디션 데이’ = 현재 지상파ㆍ케이블에서 방송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우리들의 일밤’ 속 코너 ‘나는 가수다’와 ‘신입사원’ 등 3개다.
여기에 SBS ‘일요일이 좋다’ 속 코너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이하 키스 앤 크라이)’가 22일 가세하며 다음달 4일에는 KBS 2TV ‘불후의 명곡 2 -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2)’와 ‘톱 밴드’, tvN ‘코리아 갓 탤런트’가 추가된다.
다음달 10일에는 ‘위대한 탄생’ 후속인 MBC ‘댄싱 위드 더 스타’가, 24일에는 KBS 2TV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이하 도전자)’와 SBS ‘기적의 오디션’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또 7월에는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 2’가, 8월 12일에는 엠넷(Mnet) ‘슈퍼스타 K’ 시즌3가 각각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당 평균 2∼3개월은 방송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올여름을 오디션 프로그램과 함께 보내게 되는 셈이다.
특히 금∼일요일은 채널만 돌리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올 만큼 편성이 집중돼 있어 가히 ‘오디션 데이’라 부를 만하다.
당장 다음달부터 금요일에는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밤 10시)’, KBS 2TV ‘도전자(밤 11시5분)’, SBS ‘기적의 오디션(시간 미정)’ 등 세 개가, 토요일에는 KBS 2TV ‘불후의 명곡 2(오후 5시50분)’와 ‘톱 밴드(밤 10시10분)’, tvN ‘코리아 갓 탤런트(밤 11시)’가 방송된다.
일요일 역시 MBC ‘나는 가수다(오후 5시20분)’와 ‘신입사원’, SBS ‘키스 앤 크라이(첫 회 기준 오후 5시20분)’ 등 세 코너가 전파를 탄다.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 ‘오디션 홍수’ 사태에 대해 각 방송사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KBS 예능국의 한 간부는 “지난해 ‘슈퍼스타 K’가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키면서 KBS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공영방송다운 오디션 프로그램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민 끝에 나온 게 바로 ‘도전자’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오페라스타(5월7일 종영)’, ‘코리아 갓 탤런트’ 등을 기획한 tvN 이덕재 국장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면서 “방송사 입장에서는 트렌드를 외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도입기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각 방송사는 기존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로 경쟁할 수밖에 없어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건 문제” = 오디션 전쟁에 대한 대중문화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강명현 교수는 “방송사 처지에서 보면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차별화에 대한 고민 없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20∼30대를 주요 시청층으로 하지 않나”라면서 “시청층이 제한된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건 시청자의 선택권 문제에서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 씨는 “미국 같은 큰 나라에서도 ‘아메리칸 아이돌’ 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즌 6∼7로 접어들면서 파급력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요즘 같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립한다면 오디션이라는 포맷 자체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2006∼2007년 붐을 일으킨 리얼 버라이어티를 대체할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당분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겠지만, 새로운 포맷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열풍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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