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비슷한 사람끼리 사랑에 빠질 확률 높다?

이름 비슷한 사람끼리 사랑에 빠질 확률 높다?

입력 2011-06-09 00:00
수정 2011-06-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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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 여러 여자들의 사진을 보여준 후 가장 매력적인 이성을 선택해달라고 했다. 모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전형적인 프로필 사진이었는데 절반은 동공이 확대된 사진이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동공이 확대된 여자들에게 더 끌렸다. 그러나 왜 그랬냐는 질문에 “다른 분들보다 동공이 2㎜ 더 크더라고요”라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자신도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이유로 특정 여자들에게 더 끌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른 주체는 누구일까? 그들의 뇌 속에서 무의식을 지배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쓴 ‘인코그니토’(쌤앤파커스 펴냄)는 우리 머릿속을 지배하는 ‘익명자’의 정체를 파헤친 책이다.

물론 그 ‘익명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벌어지는 뇌의 활동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무의식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갖가지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가령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결혼 기록 1만5천 건을 검토한 결과 이름 첫 글자가 같은 사람들끼리 결혼한 비율이 우연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높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조엘(Joel)은 제니(Jenny)에게, 알렉스(Alex)는 에이미(Amy)에게, 도니(Donny)는 데이지(Daisy)에게 더 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사람에게서 자신과 같은 부분(이름의 첫 글자)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을 떠올린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무의식적 자기애’ 내지는 익숙한 것을 보면서 느끼는 일종의 ‘안락감’으로 해석한다. ‘암묵적 자기중심주의’라 해도 좋을 것이다.”(84쪽)

이는 이성뿐 아니라 기호품에도 적용된다.

어느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두 가지 브랜드의 차를 시음하게 했다. 둘 중 한 브랜드는 피험자 이름 첫 세 글자를 따서 가상으로 지은 것이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신중하게 비교한 후 자기 이름 첫 글자와 매치되는 브랜드의 차가 더 맛있다고 선택했다. 두 차는 같은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뇌의 신비로운 작용 가운데에는 흔히 ‘본능’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있다.

뉴멕시코 대학 연구팀이 지역 스트립클럽 댄서들의 팁을 조사해보니 댄서들은 보통 가임 기간 평소보다 많은 팁을 벌었다. 또 피임약을 복용하는 댄서들은 그렇지 않은 댄서들보다 벌어들이는 팁이 적었다.

본능적인 ‘번식 욕구’ 때문에 남성 고객들이 번식이 가능한 상태인 댄서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더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저자는 “놀랍게도 정신적인 삶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의식’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뇌에서 벌어지는 일과 의식은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의식이 자꾸 끼어들기 시작하면 뇌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옮김. 320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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