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의장 “우리 잘못 숨김없이 드러내 참회하겠다”

불교 조계종이 최근 일부 승려들의 도박 파문을 계기로 사찰 재정운영의 투명화에 나서기로 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원스님, 결사본부장 도법스님, 초심호계원장 세영스님, 총무부장 지현스님 등 종단 지도급 인사 20여 명은 14일 오후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도박 파문 수습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회의 후 도박 파문 수습과 관련, 문제 당사자들의 참회와 공직사퇴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호법부의 조속한 조사 후 이를 공개 발표하고 호법부의 조사 내용은 검찰에 제공하기로 했다.

파승가적 행위자에 대한 명확한 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하고 종단 차원의 징계를 조속히 진행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종단 지도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집행부 인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자성과 쇄신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또 사찰의 재정투명성 제고를 위해 부처님오신날 이후 전문 종무원을 양성 배치하기로 했다. 전문 종무원이 사찰의 재정관리 등 행정을 담당하고 스님들은 수행과 교화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는 청정승가상 확립, 재정투명성 제고 등 쇄신안 마련 후 종단 내 의견 수렴을 거쳐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필요한 제도는 조속한 기간 내에 임시중앙종회를 개최해 개선할 계획이다.

이들은 종단의 모든 소임자는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종단 내 국회의장 격인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은 도박 파문과 관련해 이날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과 사부대중 앞에 참회한다”고 밝혔다.

보선스님은 “우리가 오늘 고개들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은 부처님께서 그렇게 경계했던 방일과 방종에 스스로를 묻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므로 우리는 부처님의 진리 앞에서 우리의 잘못을 숨김없이 드러내 참회하고, 국민과 묵묵히 수행과 전법에 전념하는 종도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려 말 불교가 방종할 때 보조국사께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는 기치를 높이 세우고 혼돈의 불교를 결사의 불교로 이끌었다”면서 “중앙종회는 불조의 뜻을 받들어 이 참담함 속에서 다시 한 번 자성과 쇄신의 결사를 굳건히 수행해 나갈 것을 삼보님과 국민 앞에 맹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