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객관성, 작품성은 문학상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3대 조건이다. 공초문학상은 이것을 다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기에 수상자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시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초 오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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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초 오상순
이근배 시인의 말이다. 20년 동안 이어 온 공초문학상의 의미를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공초 오상순(1894~1963)은 1920년대 한국 신시운동의 선구가 된 동인지 ‘폐허’를 결성하며 서구의 폐허 의식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이후 ‘허무흔의 선언’ ‘방랑의 마음’ ‘아시아의 마지막 밤풍경’ 등 명시를 발표하고 지론이던 독신주의를 지키며 혈육 한 점, 집 한 칸 없이 그득한 담배 연기처럼 살다 간 기인이었다.
공간을 초월해 시간 속에 영원히 산다는 의미로 ‘공초’라 불렸고 즐겨 피운 담배 연기 속에 묻혀 있다고 해서 ‘꽁초’라 불리었다고도 한다. 무일푼, 무소유로 일관하며 문학을 교리처럼 설파하고 세계 평등사상과 인간 해방의 꿈을 품은 뜨거운 지식인이자 ‘시를 몸소 체험한 유일한 시인’으로 불린다.
공초문학상 역시 공초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상자들을 냈다. 1993년 첫 수상자인 이형기 시인부터 박남수, 홍윤숙, 김여정, 박제천, 신경림, 오세영, 이탄, 정진규, 김종해, 김지하, 정현종, 천양희, 성찬경, 이수익, 조오현, 신달자, 이성부, 정호승 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에 대한 열정과 인간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문학적 절정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이들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05-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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