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관사의 일을 통해 본 삶과 죽음

납관사의 일을 통해 본 삶과 죽음

입력 2013-01-24 00:00
수정 201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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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25일밤 ‘굿’바이’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러운 오케스트라의 해체로 백수 신세가 된다. 우연히 ‘연령 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파격 조건의 여행 가이드 구인광고를 발견한다. 면접은 1분도 안 돼 초스피드로 진행된다. 그런데 여행사인 줄만 알았던 회사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납관 일을 하는 곳. 첼리스트에서 하루아침에 납관 도우미가 된 다이고는 모든 것이 낯설고 거북하다. 베테랑 납관사 이쿠에이가 정성스럽게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모습에 감동한 다이고는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친구들은 당장 그만두라며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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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키 마사히로(오른쪽)는 ‘굿’ 바이’로 일본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EBS 제공
모토키 마사히로(오른쪽)는 ‘굿’ 바이’로 일본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EBS 제공
EBS에서 25일 자정에 방송되는 ‘굿’ 바이’는 2008년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를 필두로 같은 해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미국)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굿’ 바이’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준비하는 납관사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납관사는 시신을 치장하는 것을 넘어 떠나가는 자와 남은 자의 앙금을 해소 시키고 화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중간 중간 독특한 사연을 지닌 고인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고인은 결국 가족이 여성의 장례 절차를 따르며 화해한다. 평생 고생만 한 아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는 것을 본 남편은 위안을 받는다. 재산 문제로 다투기만 했던 어머니와 아들은 헤어지는 순간 그동안 풀지 못했던 고리를 풀며 화해를 시도한다. 영화 제목처럼 좋은 이별을 한다.

좋은 이별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죽음을 겪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다.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는 다이고의 독백처럼, 하는 일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살기 위해 죽은 생명을 맛있게 먹어야 하듯이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화해하며 좋은 이별을 만들고 결국 좋은 인생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을 건다.

다이고 역을 맡은 모토키 마사히로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첼리스트와 납관사를 재현하려고 첼로 교습을 받고 시도 때도 없이 매니저와 스태프들을 상대로 염습 절차를 연습했다고 한다.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비밀’(1999) ‘음양사’(2001) ‘바람의 검, 신선조’(2003) ‘음양사2’(2003)등 화제작을 발표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01-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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