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이지만 일부 증상이 비슷해 치매로 잘못 아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운동장애를 보이는 파킨슨병과 인지장애인 치매는 증상이 유사하더라도 결코 같이 취급할 수 없는 질환이다. 실제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과거에는 파킨슨병을 치매로 오인해 치료조자 시도하지 않았던 사례가 없지 않았다. 문제는 사회 전반에서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갈수록 파킨슨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병증이 시작돼 초기 단계를 넘어서면 치료조차 쉽지 않다.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어떤 방법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파킨슨병을 두고 안태범 경희의료원 신경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파킨슨병이란 어떤 질병인가.
뇌세포의 일부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뇌세포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해 발생하는 신경계 퇴행성질환이다. 이때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감소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 물질은 도파민이다.
●발병 요인은 무엇인가.
정확한 발병 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특히 50세 전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는 소수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증상과 진행 양상을 설명해 달라.
파킨슨병의 발병연령은 평균 55세 전후이며, 전체 인구의 0.3% 정도가 병증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령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해 60대 이상에서는 1∼1.5%가 이 병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상은 행동이 느려지고(서동), 떨리며(진전), 뻣뻣함(경축), 중심을 잡기 어려운 자세불안정과 보행장애를 들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발생해 조금씩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가족은 물론 환자 자신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것은 주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요 증상인 운동증상뿐 아니라 변비·냄새·어지러움 등 자율신경계 증상과 통증, 수면 중 이상행동·렘수면(몸은 잠들었지만 뇌가 활동하는 수면상태)이상행동·우울증·치매 등 비운동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조기진단의 지표가 되기도 하는 이런 비운동증상이 운동증상보다 먼저 나타날 경우 진행 과정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되기도 한다.
운동증상은 몸 한쪽에서만 나타나거나 한쪽이 더 심한 경우가 많고,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중심잡기나 보행이상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킨슨병은 증상이 다양하지만 환자마다 증상의 양상과 발생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떨림이 주증상인가 하면 떨림이 전혀 없는 환자도 있다.
●그렇다면 치료 추이는 어떤가.
최근 들어 치료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04년 3만 798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6만 8552명으로 7년 사이에 2.2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에 50대 환자가 1.7배(71.5%)로 늘어 60대 환자(1.4배)를 앞질렀다.
이 같은 추이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간에 치료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발병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바뀐 탓으로 보인다. 이 병을 가진 미국의 배우 마이클 제이폭스, 요한바오로 2세 전 교황, 복서 무하마드 알리 등의 영향이 컸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http://kmds.or.kr)를 중심으로 한 인식 제고활동도 이런 인식 확대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의의 진찰이다. 진단기준은 운동증상을 축으로 하는데, 떨림과 서동 중 한가지 증상을 가졌으면서 다른 운동증상을 동반한 경우 파킨슨병으로 임상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파킨슨병이 아니면서 유사한 증상이 보이기도 하는데, 약물이나 뇌경색·뇌출혈을 포함한 뇌혈관질환, 수두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정확한 식별을 위해 뇌MRI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 도파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페트검사가 도입돼 훨씬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이 뿐 아니라 파킨슨병과 비슷하면서도 특이하게 소뇌장애 등 추가적인 증상이 있고,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파킨슨증후군(비정형파킨슨증)도 있어 점차 신경학적 진찰 소견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증상에 따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증상이 가볍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증상 개선보다 도파민이 부족한 뇌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최소한의 약물 치료를 시도한다. 본격적인 약물치료는 증상이 심할 경우에 시도한다. 사멸한 뇌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근본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파킨슨병 치료는 대증치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휘발유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 도파민 부족 상태가 지속되는 한 정상적인 삶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에 순응하는 게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운동·수술 등으로 이뤄진다. 치료 약물은 체내에서 도파민으로 작용하는 전구물질(레보도파), 도파민의 역할을 돕거나 대체할 수 있는 물질 등이 있다. 특히 약물 투여기간이 길어지면 약효 유지기간이 짧아지는 현상이나 몸이 꼬이는 등의 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약물 투여기간 또는 약물을 조절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사실, 어느 질병이나 같지만 의사의 진단과 적절한 치료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의 주체적 역할이다. 파킨슨병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이 치료에 매우 유익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걷기 등 쉬운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는 없는가.
파킨슨병은 유병기간이 길고,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약물치료에 따르는 부담이 많다. 그럼에도 일부 약제의 사용이 제한되거나 꼭 필요한 약제를 비급여로 분류해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뇌세포의 일부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뇌세포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해 발생하는 신경계 퇴행성질환이다. 이때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감소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 물질은 도파민이다.
안태범 경희의료원 신경과 교수
정확한 발병 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특히 50세 전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는 소수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증상과 진행 양상을 설명해 달라.
파킨슨병의 발병연령은 평균 55세 전후이며, 전체 인구의 0.3% 정도가 병증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령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해 60대 이상에서는 1∼1.5%가 이 병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상은 행동이 느려지고(서동), 떨리며(진전), 뻣뻣함(경축), 중심을 잡기 어려운 자세불안정과 보행장애를 들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발생해 조금씩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가족은 물론 환자 자신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것은 주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요 증상인 운동증상뿐 아니라 변비·냄새·어지러움 등 자율신경계 증상과 통증, 수면 중 이상행동·렘수면(몸은 잠들었지만 뇌가 활동하는 수면상태)이상행동·우울증·치매 등 비운동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조기진단의 지표가 되기도 하는 이런 비운동증상이 운동증상보다 먼저 나타날 경우 진행 과정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되기도 한다.
운동증상은 몸 한쪽에서만 나타나거나 한쪽이 더 심한 경우가 많고,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중심잡기나 보행이상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킨슨병은 증상이 다양하지만 환자마다 증상의 양상과 발생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어떤 환자는 떨림이 주증상인가 하면 떨림이 전혀 없는 환자도 있다.
●그렇다면 치료 추이는 어떤가.
최근 들어 치료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04년 3만 798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6만 8552명으로 7년 사이에 2.2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에 50대 환자가 1.7배(71.5%)로 늘어 60대 환자(1.4배)를 앞질렀다.
이 같은 추이는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간에 치료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발병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바뀐 탓으로 보인다. 이 병을 가진 미국의 배우 마이클 제이폭스, 요한바오로 2세 전 교황, 복서 무하마드 알리 등의 영향이 컸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http://kmds.or.kr)를 중심으로 한 인식 제고활동도 이런 인식 확대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의의 진찰이다. 진단기준은 운동증상을 축으로 하는데, 떨림과 서동 중 한가지 증상을 가졌으면서 다른 운동증상을 동반한 경우 파킨슨병으로 임상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파킨슨병이 아니면서 유사한 증상이 보이기도 하는데, 약물이나 뇌경색·뇌출혈을 포함한 뇌혈관질환, 수두증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정확한 식별을 위해 뇌MRI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 도파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페트검사가 도입돼 훨씬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이 뿐 아니라 파킨슨병과 비슷하면서도 특이하게 소뇌장애 등 추가적인 증상이 있고,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파킨슨증후군(비정형파킨슨증)도 있어 점차 신경학적 진찰 소견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증상에 따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증상이 가볍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증상 개선보다 도파민이 부족한 뇌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최소한의 약물 치료를 시도한다. 본격적인 약물치료는 증상이 심할 경우에 시도한다. 사멸한 뇌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근본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 파킨슨병 치료는 대증치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휘발유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 도파민 부족 상태가 지속되는 한 정상적인 삶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에 순응하는 게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운동·수술 등으로 이뤄진다. 치료 약물은 체내에서 도파민으로 작용하는 전구물질(레보도파), 도파민의 역할을 돕거나 대체할 수 있는 물질 등이 있다. 특히 약물 투여기간이 길어지면 약효 유지기간이 짧아지는 현상이나 몸이 꼬이는 등의 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약물 투여기간 또는 약물을 조절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사실, 어느 질병이나 같지만 의사의 진단과 적절한 치료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자신의 주체적 역할이다. 파킨슨병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이 치료에 매우 유익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걷기 등 쉬운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는 없는가.
파킨슨병은 유병기간이 길고,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약물치료에 따르는 부담이 많다. 그럼에도 일부 약제의 사용이 제한되거나 꼭 필요한 약제를 비급여로 분류해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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