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 파격적 동성애 베드신 압권레아 세이두·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연기에 스필버그 최고 찬사
제66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Blue Is the Warmest Colour)는 현지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일찌감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다.평단과 언론의 예상대로 이 영화는 심사위원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롯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아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게 됐다.
튀니지계 프랑스 감독인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이 작품은 영화제 막바지인 23일 공식 상영된 뒤 평론가들의 평점을 종합해서 내는 스크린데일리에서 평점 3.6점이라는 이례적인 점수를 받았다. 3점을 받은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를 비롯해 올해 모든 경쟁작을 압도했으며, 작년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무르’의 3.3점보다도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프랑스 현지 매체인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도 15명의 평점 위원 중 11명으로부터 황금종려 잎사귀로 표현되는 최고점을 받았다.
동성애를 그린 영화가 비교적 보수적인 편으로 꼽히는 칸영화제에서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두 젊은 여자의 뜨거운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담은 세 시간 분량의 이 영화는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아름답게 그려졌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두 주연 여배우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두 여자가 뿜어내는 생명력과 에너지, 섬세한 감정의 결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관객을 매혹시킨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시스터’ 등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모델 출신 배우 레아 세이두와 감독이 발굴한 신인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의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은 영화를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특히 아델은 감독이 프랑스어 원제를 ‘라 비 다델(La Vie D’adele)’이라고 지을 정도로 영화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독보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얼굴로 앞으로 세계 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줄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 ‘블루 앤젤’(Blue Angel)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이라는 18세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문학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인 아델은 예쁜 얼굴로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남자들과의 관계에서는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길에서 우연히 엠마(레아 세이두)를 마주치고 첫눈에 반한다.
처음 봤을 때부터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린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시작하고 유치원 선생님이 된 아델은 화가인 엠마의 뮤즈가 돼 그녀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준다. 하지만, 몇 년 간 동거를 하며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맛본 이들에게도 결국 이별이 찾아온다.
감독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델의 먹는 모습과 자는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계속해서 보여주며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원초적인 열정과 행복을 생생하게 그린다. 그런 생명력과 에너지는 두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부분에서 최고조로 끓어오른다. 10분이 넘게 이어지는 두 여자의 베드신은 이전까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강력한 관능을 뿜어낸다.
또 두 사람의 사랑이 끝나는 과정에서 슬픔과 아픔의 감정은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관객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든다. 두 배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3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발표하면서 두 여배우가 이 영화가 성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황금종려상을 감독과 배우가 공히 나눠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이 영화가 매우 강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두 여배우와 놀랍도록 예민하고 관찰력 있는 감독의 작품을 고른 것은 완벽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튀니지 출신인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배우로 활동하다 2000년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게임스 오브 러브 앤 챈스’(Games of Love and Chance, 2003), ‘생선 쿠스쿠스’(2007), ‘검은 비너스’(2010) 등을 연출했다. 제67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기회균등상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